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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중주에 대한 젊은 통찰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2019년 첫 번째 ‘앙상블 콘서트’에는 5중주 장르에 대한 젊은 통찰이 있었다.

1984년에 창단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Seoul Metropolitan Youth Orchestra, 이하 SMYO)는 한국 오케스트라 문화에 있어서 대단히 큰 역할을 해오고 있는 중요한 단체다. 프로패셔널 오케스트라로 넘어가기 이전의 젊은 기악 전공자들이 서로의 소리를 듣고 앙상블을 이루며 지휘자와의 호흡을 맞추는 등의 여러가지 오케스트라 경험을 익힐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대규모 인원(120명)의 4관 편성으로 구성된 SMYO는 지난 35년 동안 수많은 오케스트라 음악가들을 배출하며 한국의 프로페셔널 오케스트라 발전에 기여해왔고 그들의 음악 또한 시대를 달리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음악적인 완성도도 그렇지만 SMYO의 공연을 찾는 관객 수와 티켓 판매량이 늘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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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원장 김대진은 그동안 SMYO와 함께 많은 공연을 함께 해왔다. 그는 한국 최고의 음악 교육자로서 지금의 피아노 강국을 만든 장본인인 동시에 한국 최고의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명이다. 한국 오케스트라 발전을 이끌어온 거장급 지휘자로서 가히 전방위적인 음악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수원시향에 이어 창원시향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자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SMYO와의 공연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특히 그는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를 진행하며 단원들의 실력과 음악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솔리스트들과의 협연을 통해 단체의 인지도를 넓히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유스오케스트라에게는 예술적 수준이 높고 오케스트라 경험이 풍부한 지휘자가 반드시 필요한 법. SMYO에게 김대진이라는 리더는 새로운 음악세계로 향한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피아노 연주와, 해설, 지휘를 맡은 김대진은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멋진 호흡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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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 콘서트에 만족하지 않고 그동안 진행해온 ‘앙상블 마티네’를 ‘앙상블 콘서트’로 이름을 바꾸어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2019년 4월 퀸텟을 시작으로 5월에는 트리오, 6월에는 모차르트의 A장조, 7월에는 현의 예술, 11월에는 스페셜 말러, 12월에는 관의 온기라는 타이틀로 이어지는 방대하면서도 디테일한 실내악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이다. 오케스트라 공연시 작곡가 시리즈로 음악사와 경향을 체계적으로 일별해나간 것과는 달리, 실내악 공연에서는 장르적 특성과 매력, 더불어 음악적인 흥미 모두를 아우르고자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에게 있어서 실내악 연주란 전체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유니트 활동으로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만큼 아무래도 미래의 음악가들을 위한 김대진의 교육적, 음악적 열의가 뜨겁게 반영된 산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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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앙상블 콘서트’의 첫 연주회가 4월 13일 토요일 오후 5시 세종 체임버 홀에서 열렸다. 토요일 오후라는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거의 만석에 가까운 청중이 몰려와 SMYO에 대한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 프로그램을 확인해 보니 5중주라는 장르적 특성을 인지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베토벤의 피아노와 목관을 위한 5중주 E플랫 장조와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 가운데 4, 5악장, 드보르작의 피아노 5중주 2번 A장조가 그것으로, 피아노를 중심으로 목관 앙상블과 더블 베이스가 더해진 5중주 편성, 전통적인 5중주 앙상블을 배치했다. 젊은 연주자들에게는 앙상블과 음악적 뉘앙스를 통찰할 수 있는, 그리고 청중에게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레퍼토리로 구성된 만큼 이 시리즈가 단순한 나열식, 보여주기식 공연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세종문화회관 앙상블 콘서트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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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이수민의 오보에, 손현조의 클라리넷, 김우아의 바순, 김소라의 혼으로 연주된 베토벤은 단원들의 노력과 김대진의 리더십이 얼마나 훌륭한 콜라보레이션을 이뤘는지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악기별 볼륨감과 울림을 적확하게 조절해 어느 한 악기가 튀는 법 없이 상당히 고른 밸런스의 음향을 견지하는 한편, 섬세하면서도 추진력 있게 흐름을 유도하고 목관 앙상블에 페이스를 맞추는 피아노에 따라 음악이 때로는 힘차게, 때로는 우아하게 대화와 합주를 하는 모습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슈베르트의 가곡을 실내악으로 만든 ‘송어’에서는 김라헬의 바이올린과 김선주의 비올라, 민유현의 첼로, 강지승의 더블 베이스가 솔로 파트 및 합주를 숨가쁘게 오가는 동안 맑은 톤과 싱싱한 리듬, 원숙한 흐름과 돋보이는 리더십을 머금은 김대진의 피아노가 유독 돋보였다. 필자는 1990년대 예음클럽에서 그의 실내악 연주를 접했다. 그 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시들지 않는, 오히려 더욱 아름다움의 경지가 드높아지고 있는 김대진의 피아노 연주는 필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바로 이런 점이 SMYO와 같은 젊은 음악가들에게 필요한 예술적 중심이자 일반 청중이 원하는 감동의 포인트가 아닐까.

 

 
이날 드보르작의 피아노 5중주 2번 연주는 높은 수준의 음악적 체험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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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성과는 거리가 먼, 아카데믹한 관점과 대중적인 흥미 사이를 오가는 김대진의 해설도 아주 절묘했지만, 2부에서 연주한 드보르작의 피아노 5중주 2번은 SMYO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합주력, 아니 그 이상의 음악적 체험을 만나게 해주었다. 느린 악장에서의 ‘둠카’ 선율이 주는 짙은 호소력과 빠른 푸리안트 악장의 속도감이 인상적이었고, 이 와중에도 돋보이는 앙상블의 안정감과 정교한 호흡, 1바이올린 송재신의 빼어난 리드가 흥미로웠다. 앞으로 펼쳐질 앙상블 콘서트 시리즈에 큰 기대감을 걸어보는 동시에 실내악에서의 경험이 SMYO의 다른 오케스트라 공연으로도 성공적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글 |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