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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시너지와 한 판 승부, 뮌헨필하모닉과 발레리 게르기예프

11월 22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프리뷰

이례적인 시너지와 한 판 승부,
뮌헨필하모닉과 발레리 게르기예프

11월 22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프리뷰

글.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3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올해로 창단 125주년을 맞은 뮌헨 필하모닉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의 주도인 뮌헨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 현재 러시아의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끌고 있다. 게르기예프와 뮌헨 필하모닉 콤비는 2015년의 첫 번째 내한공연에서 매우 인상 깊은 무대를 선보인 바 있기에 이번 내한공연에도 많은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오는 11월 22일(목)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게 될 뮌헨 필하모닉과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이모저모를 미리 살펴보자.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맥주축제)의 도시’로 유명한 뮌헨은 풍요로운 예술적 자산을 보유한 문화도시이기도 하다. 먼저 미술 분야에 초점을 맞추면 방대한 시대별 컬렉션을 보유한 3개의 ‘피나코테크(미술관)’가 시내 중심부에 서있고, 그 바로 옆에는 ‘표현주의의 전당’인 렌바흐 미술관도 자리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 분야로 넘어오면 구시가지 북부에 위치한 레지덴츠(왕궁) 옆에 서있는 바이에른 국립극장을 필두로, 레지덴츠 정원에 면한 헤르쿨레스 잘(콘서트홀), 이자르 강변에 인접한 가스타이크(복합문화공간) 등 세계적인 공연장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스타이크에 속해 있는 필하모닉 홀은 약 2400석을 갖춘 뮌헨 최대의 클래식 공연장이다.

현재 뮌헨의 교향악계는 헤르쿨레스 잘에 상주하고 있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가스타이크 필하모닉 홀의 상주악단인 뮌헨 필하모닉이 양분하고 있는 형국이다.(다만 키릴 페트렌코가 이끄는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도 중요하지만, 이 악단은 바이에른 국립극장 소속으로 오페라-발레 반주가 주된 업무이기에 여기서는 논외로 친다.) 둘 중 국제적인 지명도는 거장 마리스 얀손스가 이끌고 있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쪽이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사실 뮌헨 교향악계의 터줏대감은 뮌헨 필하모닉이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9년에 창단된 데 비해 뮌헨 필하모닉의 역사는 그보다 50년 이상 앞선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뮌헨의 터줏대감

뮌헨 필하모닉은 1893년 피아노 제작자의 아들인 프란츠 카임이 창단한 ‘카임 오케스트라’로 출발했다. 카임 오케스트라는 창립 초기부터 뛰어난 기량으로 저명한 지휘자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를테면 구스타프 말러는 이 악단을 지휘하여 자신의 ‘교향곡 제4번’과 ‘교향곡 제8번’을 초연했고, 브루노 발터는 말러의 유작 ‘대지의 노래’를 역시 이 악단과 함께 초연했다. 또 안톤 브루크너의 제자였던 페르디난트 뢰베는 오늘날까지 악단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하는 ‘브루크너 연주 전통’을 정착시켰다.

20세기 들어 ‘뮌헨 콘서트 협회 관현악단’으로 불리던 악단은 양차대전 시기를 거치는 동안 재정난에 처해 운영권이 시로 넘어가는가 하면, 나치 정권에 부역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종전 후 해체 직전까지 갔던 악단은 한스 로즈바우트, 루돌프 켐페와 같은 명장들을 맞아들이면서 다시금 뮌헨 음악계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된다. 그리고 1979년에 부임한 전설적 거장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카리스마 아래 유니크한 사운드와 기량을 갖춘 최고의 악단으로 거듭났다. 첼리비다케 시절에 확보된 국제적 명성은 이후 제임스 러바인, 크리스티안 틸레만, 로린 마젤의 임기 동안에도 꾸준히 유지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5년에 부임한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더불어 악단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뮌헨 필의 새 시대를 열어 보인 게르기예프

주지하다시피 게르기예프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자리한 마린스키 극장을 이끌며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로 군림하는 동시에 뉴욕, 빈, 로테르담, 런던 등 세계 각지를 누비며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로 불리고 있다. 그런 게르기예프가 뮌헨 필하모닉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2011/12 시즌부터였다. 그 무렵에 그는 뮌헨에서 뮌헨 필하모닉과 휘하의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를 번갈아 지휘하여 쇼스타코비치 사이클, 스트라빈스키 사이클 등 화제의 공연들을 성황리에 치러냈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2013년 초 뮌헨 필하모닉의 차기 상입지휘자로 지명되었다.

2015년 가을 부임 직후부터 게르기예프는 특유의 왕성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악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프로코피예프 사이클, 라흐마니노프 사이클 등 자신이 장기로 내세우는 러시안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선보였는가 하면, 레지덴츠 옆 오데온 광장에서 진행되는 야외공연인 ‘MPHIL 360°’ 페스티벌을 통해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또 취임하던 해 유럽과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극동 투어까지 감행하여 악단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했고, 그 이듬해에는 악단의 자체 레이블인 ‘MPHIL’을 출범시켜 첫 음반을 발매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악단의 트레이드마크인 브루크너 연주에 도전하기 시작하여 뮌헨에서의 공연 외에 ‘린츠 브루크너 페스티벌’에도 출연하고 있다.

이례적인 시너지와 한 판 승부

이처럼 자신의 개성과 악단의 정체성을 조화 내지 양립시키려는 게르기예프의 모험적 시도는 이번 내한공연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달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공연 레퍼토리로 그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협연: 선우예권)과 말러의 ‘교향곡 제1번’을 낙점했다. 프로코피예프는 그의 장기인 러시아 음악 중에서도 정점에 위치한 레퍼토리이고, 말러는 뮌헨 필하모닉과 각별한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는 레퍼토리이다.
아울러 전자와 관련해서는 3년 전 내한공연을 떠올릴 수도 있겠는데, 당시 2부 프로그램이었던 차이콥스키의 ‘비창 교향곡’에 대해서 대단한 감흥을 토로한 관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코피예프에서도 그때처럼, 중후한 사운드와 견실한 앙상블로 무장한 독일 악단과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지휘 스타일을 구사하는 거장이 함께 이루어낼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편 후자에 관해서는 게르기예프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 시절에 진행했던 말러 사이클이 떠오른다. 당시 강렬하고 개성적인 연주로 화제를 모았던 ‘게르기예프의 말러’를 뮌헨 필하모닉의 연주를 통해서 만나는 것도 상당히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끝으로 이번 공연에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협연할 선우예권의 연주에도 주목할 것을 당부한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래 한창 물오른 기량을 펼쳐 보이고 있는 그는 국내 출신 피아니스트로서는 드물게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같은 러시아의 대형 피아노 협주곡을 여유롭게 쥐락펴락할 수 있는 테크닉과 파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라면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멋진 한 판 승부를 연출하지 않을까.

BMW 7 시리즈와 함께하는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 게르기예프&뮌헨필하모닉오케스트라 내한공연

BMW 7 시리즈와 함께하는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
게르기예프&뮌헨필하모닉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일정 : 2018.11.22(목)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평일 오후 7시30분

티켓 : VIP석 25만원 / R석 20만원 / S석 15만원 / A석 10만원 / B석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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