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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본령에 귀 기울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 <국악의 맛>

국악의 본령에 귀 기울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 <국악의 맛>

글. 장혜선(객원기자)


2016년 개관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우리 음악의 자연스러움을 전달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간 국악당은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기획공연을 지속해서 모색해왔다.
3년째 이어오는 <국악의 맛>은 국악의 다채로운 ‘멋’을 전하려는 바람이 담겨있다.

 


국악로 초입에 위치한 서울돈화문국악당. 창덕궁 돈화문 맞은편 주유소 부지에 뿌리를 내린 국악당이 어느덧 3년의 시간을 새겼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개관 당시부터 전통을 기억하고자 노력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위치가 주는 특별함이 크다. 국악당에서부터 종로3가역까지 연결되는 길을 소위 ‘국악로’라고 부르는데, 이 길은 국악인들의 꿈이 서려 있는 곳이다. 조선성악회와 국악사양성소가 있어서 예전부터 많은 국악인이 그 길에 터를 잡았다. 종로를 걷다 보면 낡은 간판의 국악학원이나 한복 상점이 자주 보이는 까닭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근대 국악의 중심지에 자리를 잡은 만큼 옛 국악 정신 계승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진보된 기술로 인해 공연장들의 크기가 점점 커졌다. 이로 인해 국악에서도 전자음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무대에서 소리의 균형을 맞추는 사람은 연주자가 아니라 사운드 오퍼레이터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음악은 마당 혹은 사랑방에서, 혹은 자연을 품으며 영글어진 예술이 아니던가. 자연의 소리가 녹아있는 국악이 전자음향에 기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이뤄졌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각 공연 장르에 특화된 작은 규모의 공연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악계에서도 어떻게 하면 국악의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지가 새로운 화두였다. 많은 이들은 국악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담길 바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립국악원은 자연음향 기반의 풍류사랑방을 개관했고, 우면당도 개축했다.

2016년 개관한 서울돈화문국악당도 자연음향을 추구하는 공연장이다. 144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기 때문에 국악기의 미세한 떨림은 물론, 연주자의 숨결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초대 예술감독인 김정승은 개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서울돈화문국악당을 “궁중 예술 전용극장으로 쓰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창덕궁 앞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돈화문국악당은 모든 전통예술을 아우르며 미래의 국악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 동안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어떠한 공연을 올렸을까? 3년의 시간 동안 국악당은 대중에게 친숙한 공연장이 되고자 분주히 달려왔다. 국악당이 국악로 어귀에 각별한 마음으로 뿌리를 내린 만큼 그 소중한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동시대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에 대한 목적으로 정밀한 기획 공연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국악을 즐길 수 있는 <프리&프리>, 공연장과 예술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 <수어지교> 등 여러 기획 공연이 시즌마다 관객을 맞아 호평을 받고 있다.



 

전통예술의 진귀한 성찬 <국악의 맛>

 

국악당 후원에 녹음이 짙어갈 즈음이면, 우리 음악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성찬이 펼쳐진다. <국악의 맛>은 3년째 이어오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대표 기획공연이다. 이번 해에는 정가, 산조, 판소리, 민요, 연희, 정악, 굿 등 총 7개 분야의 명창들이 우리 소리의 진수를 전한다.

공연은 총 8회로 진행된다. 지난 6월 첫 주에 황숙경의 정가로 <국악의 맛> 첫 문을 열었다. 황숙경은 청아한 소리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정가의 주요 레퍼토리를 관객에게 선사했다. 다음날 펼쳐진 산조 공연에서는 민속악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제를 모았다. 대금의 이생강, 가야금의 강정숙, 거문고의 이재화, 아쟁의 이재화가 무대에 올라 고수 이태백의 장단에 맞춰 깊은 소리를 머금은 산조를 선보였다.

6월 둘째 주에는 판소리와 민요를 즐길 수 있었다. 8일에는 풍부한 성량을 겸비한 소리꾼 이난초가 ‘흥보가’를 선보였다. 현재 여러 동편제 ‘흥보가’가 전해지고 있지만, 이난초가 선보이는 강도근 바디의 ‘흥보가’는 씩씩하고 우렁찬 소리가 특징이다.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쪽 지역에 있는 남원, 운봉, 구례, 순창 등에서 불린 동편제의 특징은 특별한 기교보다는 목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점이다. 9일에는 맑고 경쾌한 경기민요를 맛볼 수 있었다. ‘제비가’, ‘정선아리랑’, ‘강원도아리랑’, ‘고사덕담’ 등 고운 힘이 느껴지는 민요에 빠질 수 있는 기회였다. 피리에 권도윤, 고수에 유재혁이 함께했다.

셋째 주에는 연희와 판소리가 펼쳐졌다. 15일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상쇠 김복만은 지난 서울돈화문국악당 <미래의 명곡> 공연에서 혼이 실린 꽹과리 성음으로 많은 관객에게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자유자재로 신명을 살리는 김복만 명인의 공연은 공연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16일에는 소리꾼 윤진철이 보성소리 ‘적벽가’를 선보였다. 동편제의 굳건한 힘과 서편제의 화려한 기교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넷째 주에는 정악과 굿을 만난다. 22일에는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20여명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해 제례악과 성악, 정재 등 다양한 정악 레퍼토리를 올린다. 이날은 서울돈화문국악당 김정승 예술감독의 유쾌한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번 <국악의 맛>의 마지막 무대는 굿이 장식한다. 23일에는 경기민요를 이수한 소리꾼 최수정이 경기도 무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부정거리’, ‘만수받이’, ‘본향노랫가락’, ‘창부타령’을 중심으로 서울굿의 일부를 풀어낸다.

6월의 저녁을 즐겁게 해줄 <국악의 맛>. 정악부터 민속악까지 전통예술의 맛과 멋을 골라볼 수 있는 귀한 자리다. 시나브로 무더운 여름이 몰려오고 있다. 우리 음악의 흥겨운 장단은 뜨거운 여름을 견딜 수 있는 활력을 불어넣어 주리라.

2018 서울돈화문국악당 <국악의 맛>

2018 서울돈화문국악당 <국악의 맛>

기간 : 2018-06-01 ~ 2018-06-23

장소 : 서울돈화문국악당 공연장

시간 :  금 오후 8시 / 토 오후 5시

연령 : 취학아동 이상

티켓 : 전석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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