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놓칠 수 없는 환상의 하모니

조수미와 로베르토 알라냐의 <디바&디보 콘서트>

놓칠 수 없는 환상의 하모니

조수미와 로베르토 알라냐의 <디바&디보 콘서트>

글. 유형종 (음악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성악의 역사를 새롭게 쓴 소프라노 조수미에게는 최고의 여성 가수를 가리키는 ‘디바’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한, 그 남성형인 ‘디보’라는 호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로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Roberto Alagna) 만한 상대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세계 성악계의 빛나는 두 스타가 함께 만나는 ‘디바 앤 디보 콘서트’가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공연에 걸맞은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조수미

희귀한 노래들을 선택한 조수미

 

유럽의 오페라 시장에서 조수미는 로시니, 도니체티, 벨리니 그리고 베르디 중기 이전의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를 잘 소화하는 디바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동시에, 지금은 희귀 레퍼토리 취급을 받지만 성악기교면에서 벨칸토 못지않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19세기 전반의 프랑스의 오페라에서 최고의 성가를 누려왔다. 유수의 명반 초이스 책자에 올라있는 조수미의 자랑스러운 음반들도 대부분 이쪽 레퍼토리를 부른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화려한 음색과 초절적인 콜로라추라 기교를 맘껏 발휘하는 곡들이라 하겠다.
이번 공연에서 조수미가 부를 독창곡 중에서는 무려 세 곡이 한국 초연으로 준비되었는데, 오페라 선진국에서도 들을 기회가 흔치 않은 곡들이다. 벨칸토 오페라의 원형을 만든 천재 작곡가로, 올해 타계 150주기를 맞는 조아키노 로시니(Gioachino Rossini)의 대표작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중 ‘아, 그것이 사실일까(Ah, se e’ ver)’는 메조소프라노용으로 알려진 로지나 역을 소프라노가 부를 때를 배려하여 추가한 기교적 난곡이다. 실제로는 소프라노가 노래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생략될 뿐 아니라 음반으로도 만나기 힘든 곡이지만 조수미는 유럽 오페라하우스의 실연에서 현역 소프라노로는 거의 독보적으로 이 곡을 노래한 바 있다.

러시아 성악의 초석을 닦은 작곡가 알렉산더 알라비에프(Alexander Alyabyev)의 ‘나이팅게일(Nightingale)’ 도 한국 초연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세비야의 이발사>와 인연이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전설적인 메조소프라노 폴린 비아르도(Pauline Viardot)가 이 오페라에 출연했을 때 극중 레슨 장면에서 이 곡을 불러 세상에 널리 알렸기 때문이다. 탄식하는 분위기인 듯 싶다가 노래가 진행되면서 고난도의 테크닉이 더해지는 곡이다.
18세기 프랑스 연애문학을 대표하는 아베 프레보(Abbe Prevost)의 소설이 원작인 <마농 레스코(Manon Lescaut)>는 프랑스의 마스네, 이탈리아의 푸치니(Giacomo Puccini)가 작곡한 오페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한 세대 이상 앞서 프랑스의 다니엘 오베르(Daniel Auber)가 오페라로 작곡한 바 있다. 그 대표곡이 ‘이것은 사랑 이야기에요(C’est l’histoire amoureuse)’다. 가볍지 그지없는 마농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아리아로서, 역시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로베르토 알라냐

당당하게 최고의 인기곡들을 선택한 로베르토 알라냐

 

쓰리 테너의 후계자로 혜성과 같이 나타나 지난 사반세기 동안 세계 최정상의 위치를 굳건히 지킨 로베르토 알라냐(Roberto Alagna)는 오페라 팬들이 가장 잘 아는 유명 아리아들을 선택했다. 특히 베리즈모(사실주의) 오페라의 시대로 기억되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오페라의 명곡들이 눈에 띈다. 푸치니의 <토스카(Tosca)> 중 ‘별은 빛났건만(E lucevan le stelle)’과 <라보엠(La Boheme)>중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의 <팔리아치(Pagliacci)> 중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가 그것이다. 청중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게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일 것이다.

 

알라냐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자인 동시에 부모는 시칠리아에서 이민 온 이탈리아 출신이다. 따라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레퍼토리에 두루 능통하다. 독특한 비음이 살짝 섞인 그의 음색은 프랑스 오페라에서 가장 완벽한 결과물을 내지만 이탈리아 혈통 덕분에 라틴적인 정열을 맘껏 뿜어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아리아 외에 쿠르티스(Curtis)의 칸초네 ‘물망초(Torna Sorriento)’ 까지 더해졌으니 이번 공연에서는 이탈리아 노래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 사실이지만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프랑스 오페라 <카르멘(Carmen)> 중 ‘꽃노래(La Fleur que tu m’avais jétée)’가 포함되어 알라냐의 아름다운 불어 발음을 들을 기회도 마련되어 있다. 이 오페라의 돈 호세 역은 예나 지금이나 알라냐를 위한 최고의 배역으로 꼽히곤 한다.
한편 차이콥스키(Tchaikovsky) 의 러시아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Evgeny Onegin)> 중 ‘어디로 가버렸나, 나의 청춘이여(Kuda, kuda, kuda vi udalilis)’는 뜻밖의 선곡인 것 같지만 러시아 오페라의 테너 아리아 중 가장 인기 높은 곡인 만큼 수년 전부터 알라냐가 콘서트에서 즐겨 불러왔다.

RobertoAlagna

조수미

Roberto Alagna 2016 2R

로베르토 알라냐

 

최고의 하모니를 들려줄 이중창곡

 

콘서트의 제목처럼 디바 조수미와 디보 알라냐의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빚어낼 앙상블에는 더욱 관심이 간다. 일단 네 곡이 준비되어 있는데, 베르디(Verdi)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중 ‘파리를 떠나서(Parigi o cara)’ 와 역시 베르디의 <리골레토(Rogoletto)> 중 ‘사랑은 영혼의 햇살(È il sol dell´ anima)’ 은 벨칸토 오페라의 마지막 흔적이 남아있는 빛나는 이중창들이다. ‘파리를 떠나서’가 불가능한 희망의 안타까움이라면, ‘사랑은 영혼의 햇살’은 앞으로 펼쳐질 비극을 전혀 예감하지 못한 젊은 남녀의 불타오를 듯한 열정을 담고 있다.
올해는 세계 최고의 지휘자였으면서 오페라, 교향악 심지어 뮤지컬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이기도 했던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탄생 100주년이다. 그래서 원래 뮤지컬이었지만 오페라에 버금가는 예술성을 담았다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 중 두 주인공의 유명한 이중창 ‘투나잇(Tonight)‘ 도 선곡되었다.
프랑스 오페라 중에서는 비제의 <진주조개잡이(Les percheurs de perles)> 중 금단의 사랑을 나누다 헤어졌으나 뜻하지 않게 재회한 나디르와 레일라의 이중창 ‘당신 마음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소(Ton coeur n’a pas compris le mien)’ 가 선곡되었다. 물론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관객의 열렬한 환호가 이어진다면 우리 귀에 가장 익숙한 앙코르의 이중창들이 더해질 것이니까!

BMW 7시리즈와 함께하는 조수미와 로베르토 알라냐의 `디바&디보 콘서트`

BMW 7시리즈와 함께하는 조수미와 로베르토 알라냐의 `디바&디보 콘서트`

기간 : 2018.05.31 (목) ~ 2018.05.31 (목)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오후 7시30분

연령 : 만7세이상

티켓 : VIP석 200,000원, R석 170,000원, S석 150,000원,
A석 1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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