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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오페라를 통해 본 예술적 아름다움

한창호 영화칼럼니스트 인터뷰

영화와 오페라를 통해 본
예술적 아름다움

한창호 영화칼럼니스트 인터뷰

글. 유신애(월간 〈피아노음악〉 기자)|출처. 월간 〈피아노음악〉 3월호

영화와 오페라의 접점을 통해 음악을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영화칼럼니스트 한창호의 〈영화와 오페라〉가 오는 3월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시작된다.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영화 평론가의 강의는 무엇을 담고 있을까?
그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와 오페라〉 강의를 살짝 엿보자.


세종예술아카데미의 〈영화와 오페라〉는 어떤 강의인가.
영화와 오페라, 모두 서사가 중요한 예술 장르이다. 영화는 그 서사를 시각에 방점을 찍고, 오페라는 청각에 방점을 찍는 것이 비교되는 점이다. 〈영화와 오페라〉에선 이성 중심의 시각적 서사와 감성 중심의 청각적 서사, 이 둘을 종합해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예술적 아름다움의 정점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목표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찾아가는 시간인 셈이다.

보통 영화나 오페라 중 한 분야에만 관심을 갖게 마련인데, 이 둘을 통합해 제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창작자의 입장에 관객의 입장을 섞으면 작품은 다른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해, 영화라는 서사에 오페라라는 서사가 섞일 때 또 다른 형태로 관객 고유의 서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오페라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영화 관객의 입장에서 오페라를 볼 때, 하나의 작품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영화와 오페라를 함께 보려는 것은 이를테면 바그너의 〈파르지팔(Parsifal)〉에 등장하는 ‘차원이동’의 경험 같은 것을 권하고 싶어서이다.

※ 〈바그너, 파르지팔〉 (글. 이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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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이번 학기 소주제가 ‘바로크 오페라’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소주제는 매 학기 탄력적으로 정해진다. 이번 학기는 ‘출발점’을 다시 확인하는 마음으로 초창기 오페라를 주목할 참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의 초기 작품을 다시 보면서 오페라의 역사를 기억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물론 그것이 영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한 대목이다.

〈영화와 오페라〉의 수강생들이 무엇을 배워가길 바라는가.
‘영화의 아름다움이란’ 혹은 ‘오페라의 아름다움이란’, 결국 ‘예술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나름의 질문을 가졌으면 한다. 이런 질문을 품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품격은 다르지 않을까?

한창호 영화평론가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던 중 이탈리아로 떠나 볼로냐 국립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했다. 이후 여러 매체에 영화평을 기고하면서 많은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영화의 어떤 매력에 빠졌나.
영화는 태생적으로 반사회적이다. 특히 유럽영화는 더욱 그렇다. 제도에 대한 일종의 혐오 같은 것이 있다. 그렇다고 영화는 그것을 정치적 슬로건처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물론 직설적인 단순한 영화도 있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호흡이 길다. 그런 호흡이 사람을 아득한 사유의 상태로 이끈다. 걷게 만든다. 그런 시간이 좋았고, 지금도 좋다.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 〈영화와 오페라〉, 〈그리고 예술은 영화를 상상했다〉 등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저서를 통해 대중과 어떤 관점으로 소통하고자 하는가.
예술은 여전히 반사회적이다. 그런데 그것을 아름다움 속에 풀어 놓는다. 이것은 모순인데, 이 모순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의 삶도 이런 모순에 가까울 때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예술을 의인화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소통의 한 방법일 것이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깊은 영화 평론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더욱 궁금하다.
예술은 제사를 지내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함으로써 시작됐다. 영화가 예술 계보의 막내라면 춤은 맏아이일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춤추는 신’을 찬양했던 것도 예술의 시원을 춤에서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춤은 예술의 시작이자 끝인 것 같다. 그래서 프랑스 오페라가 그렇게도 춤을 사랑했나? 영화는 그 춤을 어떻게 봤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결국 예술의 멋에 대한 질문의 과정인 셈이다.

※ 한창호 영화칼럼니스트는 이탈리아 볼로냐국립대학교에서 영화학을 전공(라우레아 과정 졸업)했으며, 〈씨네21〉 등 여러 대중매체에 영화평을 쓰고 있다. 2018년 3월부터 진행되는 세종예술아카데미의 〈영화와 오페라〉 강의를 맡았다. 대표 저서로는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2005, 돌베개), 〈영화와 오페라〉(2008, 돌베개), 〈그리고 예술은 영화를 상상했다〉(2011, 프로네시스), 〈여배우들〉(2015, 어바웃어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