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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영상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 명의 배우가 된다

세종문화회관 브랜드 광고 촬영 스케치

화려한 영상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 명의 배우가 된다

세종문화회관 브랜드 광고 촬영 스케치

글. 전송이(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 영상. 전지연(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이른 아침,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가 광고 촬영 현장으로 바뀌었다.
카메라와 조명, 소품 등이 극장을 채울 때쯤 낯익은 얼굴들이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모여들었다.
바로 세종문화회관의 미화와 보안을 담당하는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오늘 세종문화회관 브랜드 광고에 출연하는 배우이기도 했다.

2018년은 세종시즌의 세 번째 해이면서 세종문화회관이 개관한지 4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의 브랜드 광고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시예술단의 예술단원부터 세종문화회관의 각 본부의 직원들까지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한 이날의 현장을 스토리 175에 담았습니다.

오전 9시

작업복을 입고 청소도구를 든 미화직원들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평소 모습 그대로여서일까요. 인생 첫 광고 촬영이지만 어색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네요. 뽀로로 노래와 함께 비눗방울이 나오는 버블건을 들고 ‘큐’ 사인에 맞춰 연기를 합니다. 진짜 총을 겨누기라도 한 것처럼 카메라를 향해 비눗방울을 발사하는 모습이 무척 진지하네요. ‘컷’ 사인이 떨어지면 잠시 쉴 법도 한데 비눗방울이 떨어진 바닥을 꼼꼼히 닦으시네요. 투철한 직업정신에 박수가 절로 나왔습니다.

오전 11시

이어서 세종문화회관의 곳곳을 지키는 보안직원들의 촬영이 이어졌습니다. 앞서 촬영한 공간에서 고작 몇 미터 옮겼을 뿐인데도 한 시간 넘게 카메라 세팅과 테스트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곤 장난감 차를 즐겁게 갖고 노는 보안직원의 해맑은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살짝 촬영된 영상을 보니 원근법을 활용해 장난감 차가 사람보다 더 크게 보이더군요. 위트 넘치는 장면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사실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가장 오랜 대기시간을 가졌는데요, 많은 분들의 인내와 노력이 카메라 앵글 안에 담겨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오후 1시

오후에는 서울시예술단원들과 함께 촬영을 했습니다. 서울시극단의 강신구, 최나라 배우와 서울시뮤지컬단의 박성훈, 홍은주 배우가 이미 멋진 연미복과 드레스를 입고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극장 무대 위에서 연주자로 변신했습니다. 조명이 켜진 웅장한 무대는 단연 최고의 촬영 장소이지요. 신들린 듯 피아노를 연주하고, 격정적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바이올린의 현을 긋는 배우들의 표정이 화면에 크게 클로즈업되었습니다. 사실 이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장난감 악기였는데요, 연주에 심취한 모습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었습니다. 개별 촬영이 끝난 후 단체 촬영도 대극장 무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오전에 촬영한 직원들과 예술단원들 모두가 조명이 켜진 웅장한 무대에 섰는데요, 감독의 섬세한 지시 덕분에 단 20분 만에 훌륭한 장면이 탄생했습니다. 사실 의상이 아니었다면 누가 전문 배우인지 몰랐을 정도로 모두들 뛰어나고도 능청스러운 연기력을 뽐냈답니다. 무대 위에서의 촬영이 끝나자 다들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개인 카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실제 배우나 무대를 진행하는 제작진을 제외하고는 세종문화회관 내부 직원일지라도 직접 무대에 올라갈 일은 드물거든요. 어쩌면 무대란 많은 사람에게 환상과 동경의 대상이 아닐까요. 한 번 쯤은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오후 4시

오전부터 시작한 광고 촬영은 어느 새 오후를 훌쩍 넘기고 있었습니다. 이번 촬영 장소는 바로 회의실. 회의실에 어울리게 사무직원들이 열띤 기세로 회의를 하는 모습을 촬영합니다. 이런 내용인 줄 모르고 왔다며 멋쩍게 웃던 직원들은 감독의 ‘액션’ 지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 연기를 시작합니다. 역시 공연장에서 일하는 직원답지요? 보다 멋진 연기를 위해 평소에 쓰지 않던 얼굴의 근육을 총 동원하며 천장 높이 서류를 던집니다. 몇 번의 촬영이 계속되자 점점 연기에 대한 욕심에 과장된 연출도 스스럼없이 시도해봅니다. 이 회의 장면에서도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장치로 장난감 노트북과 어린이 시계가 등장합니다. 회의의 분위기가 고조되면 거대한 폭죽이 ‘펑’ 터지는데요, 지루한 일상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상상력이 더해진 특별한 순간이 담겼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엉뚱한 소품들은 모두 ‘처음’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낯선 악기를 처음 움켜쥔 순간, 첫 사랑의 설렘, 그토록 갖고 싶던 장난감을 얻었을 때의 흥분처럼 말이죠. 이런 첫 순간의 순수한 감정은 미래를 꿈꾸게 만듭니다. 2018-19 세종시즌과 함께 개관 40주년을 맞는 세종문화회관도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공공예술기관의 근엄한 이미지는 잠시 내려놓고 언제나 첫 무대인 것처럼 새로움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담았습니다. 특히 이번 촬영에서 가장 큰 공은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이 아닐까요. 모두가 함께했기에 더욱 특별한 광고가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