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는 1875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백조의 호수〉를 작곡했다. 그 당시 그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2주 만에 인물의 개성과 성격, 심리, 분위기를 세심하게 묘사했으며, 곳곳에 교향악적 수법을 삽입한 대담하면서도 복잡한 발레곡을 완성했다. 초연 당시 안무가는 그의 곡이 무용에 접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음악의 3분의 1을 삭제해버렸고, 무용가들 역시 음악을 이해하지 못해 결국 실패로 끝이 났다. 하지만 차이콥스키가 죽은 후 재연된 공연에서 큰 호평을 얻음으로써 〈백조의 호수〉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백조의 호수〉는 실패했지만 이후 오페라와 관현악곡 등에서 큰 명성을 얻은 차이콥스키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작곡하게 된다. 1890년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된 이 음악은 서주와 스물아홉 곡으로 구성되었으며 약 세 시간가량 연주시간을 갖는 장편 발레곡이다. 이 발레곡은 교향적인 방대한 규모와 예술성을 가짐으로써 차이콥스키에게 새로운 출발점이자 성공작이 되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의 문호 E.T.A.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을 원작으로 한다. 차이콥스키는 파리의 악기점에서 피아노 형태의 타악기 ‘첼레스타’를 발견하고, 나발, 북, 장난감, 피리, 심벌즈 등을 사용하여 동화 속 어린이 나라를 표현했다. 이 발레곡은 밝고 가벼운 장조로 온화한 분위기가 가득한데, 음악적으로도 전작을 능가하는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2017년 9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섯 개의 발레단이 모여 차이콥스키의 발레곡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재구성한 갈라 무대를 선보인다. 차이콥스키의 낭만적인 선율에 녹아든 발레의 아름다움, 그 벅찬 감동의 순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