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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가 사랑한 미술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

수학자가 사랑한 미술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

글. 나상민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세계적인 스트리트 의류브랜드 슈프림(Supreme)이 4월 말 인스타그램을 통해 M.C.에셔와의 컬래버레이션을 공개했을 때, 많은 이들이 새로운 힙합 가수의 등장으로 오해했다. 에셔의 풀네임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힙합과는 거리가 먼 네덜란드 출신의 판화가이자 드로잉 작가다.

Maurits Cornelis Escher

19세기 말 네덜란드 북부 레이와르덴에서 토목 기사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에셔는 대학에서 그래픽 아트를 전공하고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 등지에서 활동했다. 사실 에셔의 전기를 살펴보면 그는 수학과 과학은 잘 못했으나 다행히도 아버지의 과학적 태도와 관찰력을 물려받 았다고 한다. 그는 성적은 별로였지만 그림에는 꽤 소질이 있었고, 고등학교 시절 그의 예술적 재능을 인정한 미술 교사에게 판화를 배웠다. 그리고 하를렘의 건축공예학교에 입학해 처음에는 건축을 배웠으나 그의 작품을 본 담당 교수의 권유로 그래픽아트에 전념하게 된다. 이 두 선생님 덕분에 그는 죽기 전까지 판화 448점과 2,000여점의 스케치 작품을 창작해냈다.
에셔는 초기에는 주로 풍경을 다루었으나 1936년 무렵부터 패턴과 공간의 환영을 반복한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1922년에 떠난 이탈리아와 스페인 여행에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는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14세기에 제작된 알람브라(Alhambra) 궁전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 이후 1936년에 다시 방문할 정도로 큰 인상을 받았다. 그는 훗날 알람브라 궁전의 평면 분할 양식이 자신을 사로잡아온 가장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그의 그림은 이슬람인의 모자이크에 영감을 받아 반복되는 무늬와 수학적 변환을 이용한 창조적 형태의 ‘테셀레이션’, 즉 동일한 모양을 이용해 틈이나 포개짐 없이 평면이나 공간을 완전하게 덮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컴퓨터가 없었던 시대였으나 마치 그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에 와서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해 그려간 듯 매우 세밀한 선들로 이루어진 스케치가 눈에 띈다.

Sky and water 1, 83x63, 1938, woodcut

Sky and water 1, 83×63, 1938, woodcut

Reptiles2, 83x63, 1943, lithograph

Reptiles2, 83×63, 1943, lithograph

Encounter, 74x59, 1944, lithograph

Encounter, 74×59, 1944, lithograph

에셔는 1924년 결혼을 하고 10여 년간 로마에 정착했으나 당시 무솔리니의 파시스트가 득세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스위스로 떠난다. 하지만 그는 이탈리아의 풍경을 좋아해 스위스에서의 삶에 그다지 행복을 느끼지 못했고, 이후 벨기에를 거처 1941년 네덜란드로 거처를 옮긴다. 에셔의 유명한 작품 대부분이 바로 이 시기에 그려졌는데, 언제나 흐리고 습한 네덜란드의 날씨가 오히려 그가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그의 작품은 이 시기를 거치면서 보다 더 환상적이고 개성적으로 변했다.
기존의 예술이 작가가 바라본 지극히 객관적인 대상이나 세계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기반으로 표현됐다면, 에셔는 보편적인 시각의 구조를 찾는 치밀한 이성적 원리를 추구했다.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에셔의 그림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묘한 공간과 형태를 만들어냈고, 낯선 세계에 대한 묘한 불안감마저 불러일으킨다.

Supreme×M.C.Escher 컬래버레이션

Supreme×M.C.Escher 컬래버레이션
출처 : http://www.supremenewyork.com

그렇다보니 그의 작품은 예술 비평가보다 수학자나 물리학자와 같은 과학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또한 그의 작품은 회화, 판화, 디자인, 일러스트, 수학, 건축 등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특히 그의 명작을 토대로 한 슈프림의 협업 컬렉션을 본 사람들은 ‘이 옷은 입어야 할지, 작품으로 걸어놔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그가 현 시대의 작가였다면 미술계의 유명 인사이자 아이돌급의 인기를 얻었을 듯하다.
기쁘게도 그의 놀라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가 국내에서도 열린다. 〈그림의 마술사 : 에셔특별전〉은 ‘국내 최초’로 열리는 전시로서, 평면의 규칙적인 분할, 무한한 공간, 공간 속의 원과 회전체, 거울 이미지, 평면과 공간의 상극, 불가사의한 형체 등 에셔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그려낸 작품 130여점이 공개되는 ‘대규모 전시’이다. 작가의 예술 세계를 담은 이번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7월 17일부터 10월 15일까지 진행된다.

그림의 마술사 : 에셔전

그림의 마술사 : 에셔전

기간 : 2017.07.17 (월) ~ 2017.10.15 (일)

장소 : 세종 미술관1관, 세종 미술관2관

시간 : 10시 30분 ~ 20시(1시간 전 입장마감)

티켓 : 성인 1만3천원, 청소년 9천원, 어린이 7천원

문의 : 02-784-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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