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김정원이 띄우는 네 번의 음악 편지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 상주 음악가 김정원 인터뷰

김정원이 띄우는 네 번의 음악 편지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 상주 음악가 김정원 인터뷰

writer 김선영(공연 칼럼니스트) / photo 강건호(비오스튜디오)

2017년 세종 체임버 시리즈의 상주 음악가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다.
사계절에 걸쳐 선보이는 무대는 ‘피아노’를 통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다.

김정원

김정원

김정원

“올해 제 삶의 모토는 나눔, 조화, 균형이에요. 세종 체임버 시리즈 역시 피아노 홀로가 아닌 악기 간의 조화, 균형을 우선순위에 놓고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오케스트라 없이 다양한 피아노 앙상블을 배치해서 체임버홀 규모에 맞는 거의 모든 편성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세종체임버홀 무대 위에 상주 음악가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실내악 편성의 공연을 선보여온 세종 체임버 시리즈. 2015년 첼리스트 양성원, 2016년 지휘자 임헌정에 이어 올해의 상주 음악가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다. 연중 4회에 걸쳐 <피아노로 써 내려간 편지>라는 주제 아래 이어지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무대는 ‘피아노’를 통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경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17년의 시작과 함께, 김정원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속도였다. 급히 해치우던 끼니보단 천천히 그 맛을 온전히 느끼는 식사를, 제자리를 맴도는 러닝머신 대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보폭을 달리하는 운동을 통해 오롯이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쌓아 올리는 중이다.
“올해 제 삶의 모토는 나눔, 조화, 균형이에요. 세종 체임버 시리즈 역시 피아노 홀로가 아닌 악기 간의 조화, 균형을 우선순위에 놓고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오케스트라 없이 다양한 피아노 앙상블을 배치해서 체임버홀 규모에 맞는 거의 모든 편성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작은 프레이즈 여러 개가 모여 하나의 큰 프레이즈를 만들듯, 올해 김정원이 선보일 4회의 공연 또한 매 순간이 퍼즐로 맞춰지면서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할 예정이다.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의 상주 음악가로 4월 첫 공연을 준비 중인 피아니스트 김정원을 만나 올 한해 그가 건넬 편지를 먼저 들여다보았다.

4월, 다시 만난 봄이 아름다운 이유

혹독한 겨울이 끝난 뒤, 찾아오기에 더욱 아름다운 봄. 그 심상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른 작곡가는 멘델스존이었어요. 낭만주의 피아노 소품집을 대표하는 그의 <무언가> 중 30번 ‘봄노래’는 많은 분들에게 전화 연결음으로 익숙한 선율이기도 하죠. 여기에 1번 ‘달콤한 추억’이 더해져 피아노의 노래로 세종 체임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립니다.
첫 번째 공연에는 사랑스러운 두 후배 김다미(바이올린), 심준호(첼로)가 함께 합니다. 김다미와는 몇 해 전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연주한 적이 있는데, 그때 들은 청아한 바이올린 소리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요. 이번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봄>으로 함께 무대에 올라 바이올리니스트의 순수한 이미지 위로 더해진 생동하는 화사한 계절을 관객들 손에 쥐어드리고 싶네요.
첼리스트 심준호는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의 리더였던 권혁주에게 자주 이야기를 들어왔던 후배인데, 이번 무대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되었어요. 저희 세 명이 함께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1번은 이날의 메인이자, 앞으로 이어질 공연의 애피타이저 같은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낭만주의 가곡의 결을 느끼는 관객들은 여름으로 이어지는 슈만의 가곡 또한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파란 재킷을 입고 붉은 꽃을 든 김정원

7월, 여름밤을 적시는 <시인의 사랑>

제겐 30대 시절이 가장 뜨거운 여름날 같았어요. 교직과 연주 생활을 병행하느라 치열하게 음악을 붙들었고, 또 스스로를 많이 혹사시키기도 했죠. 학생들의 고민을 곁에서 듣고 지켜보면서,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인생을 놓고 이토록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파한 적이 있었나 싶어요.
한편, 정서적인 면에서 한껏 달궈진 여름밤을 그려볼 때 슈만 <시인의 사랑>이 함께 떠올랐어요. 지금껏 제게 많은 영감을 준 음반 중 하나가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의 <시인의 사랑>이에요. 그 힘들었던 시절 슈만에 대한 도화선이 되어서 그의 소소한 피아노 소품을 모두 찾아 연주할 정도였죠.
성악은 제게 정말 특별하고 빼놓을 수 없는 편성이에요. 개인적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완벽한 레가토를 연주하기 위해 모방하는 악기가 현악기와 사람의 목소리거든요. 가곡에는 피아노 협주곡이나 소나타의 기승전결이 짧은 길이 안에 압축되어 있어 스토리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보여주는 좋은 교재이기도 합니다. 또한 성악가의 호흡을 맞춰가며 보다 자연스러운 프레이즈를 배우게 되죠. 이번 세종 체임버 시리즈에선 베이스 손혜수의 목소리를 통해 밝은 저음이 매력적인 <시인의 사랑>으로 찬연하고도 쓸쓸한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 슈만-리스트의 ‘헌정’을 비롯한 여러 곡들이 함께 연주됩니다.

붉은 재킷을 입고 노란 꽃을 든 김정원

9월, 두 남자가 선사하는 균형과 조화

슈만이 문학에서 영감을 얻었듯, 저는 다른 악기, 다른 편성, 나아가 다른 장르의 음악과 예술 영역에서 영감을 받곤 합니다. 특히 제게 많은 영감을 주는 음악가 중 한 명이 첼리스트 리 웨이 친이에요. 그와 예전에 브람스 첼로 소나타 1·2번을 함께 연주하며 많은 교감을 나눴던 좋은 기억이 있어 이번 무대에서 꼭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번에 이뤄졌어요.
이번 무대에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쇼팽의 첼로 소나타 Op.65를 함께 연주합니다. 슈베르트의 곡은 이제는 사라진 악기 아르페 지오네를 첼로가 대신하는 것이라, 연속되는 고음을 내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그만큼 첼로의 서정과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쇼팽의 첼로 소나타는 피아노가 아닌 악기를 위해 쇼팽이 작곡한 유일한 작품이에요. 첼리스트에 비해 피아니스트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거니와 쇼팽의 피아니즘이 여실히 드러나는 곡이죠. 가을엔 피아노와 첼로 사이의 균형과 조화, 개성을 모두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0대에 맞이하는 가을은 여유와 고독이 함께 느껴지는 계절인 것 같아요. 그동안 열심히 올라온 산마루에서 멋진 풍경들을 눈에 담을 줄도 알고, 여유를 즐길 줄도 알고요. 무르익는 가운데 새롭게 발견하는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관객들과 함께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검은 재킷을 입고 노란 꽃을 든 김정원

12월, 피아노 앙상블의 모든 것

한해의 마지막, 세종 체임버 시리즈의 피날레는 피아노 앙상블로 장식합니다. 라흐마니노프 <악흥의 순간> Op.16-5로 시작해 각기 다른 피아니스트와 듀오로 선보이는 아렌스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1번과 2번 ‘실루엣’, 라흐마니노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1번을 지나, 3명의 피아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 ‘여섯 손을 위한 로망스’로 끝을 맺습니다. 피아노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색채, 풍성한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피아노 앙상블의 경우, 다른 악기 앙상블과 달리 동일한 음색이 섞이기에 호흡이 무척 중요합니다. 또한 두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하나의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려면 소통뿐 아니라 친밀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죠. 이번 무대는 어린 시절부터 쭉 지켜봐온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조카뻘 되는 나이지만 서로 대화가 잘 통하는 선우예권이 함께합니다. 개개인의 재능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거니와, 내면 깊숙한 곳부터 낯선 흥미로움을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는 피아니스트들이라 저로서도 마지막 무대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 `피아노로 써내려 간 편지`Ⅰ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 `피아노로 써내려 간 편지`Ⅰ

일정 : 2017.4.22(토)

장소 : 세종체임버홀

시간 : 17시

티켓 : R석 5만원, S석 4만원

문의 : 02-399-1000

예매하러가기
예매하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