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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대하는 세 가지 방법

오페라 <사랑의 묘약> 인물 탐구

사랑을 대하는 세 가지 방법

오페라 <사랑의 묘약> 인물 탐구

writer 장혜선(객원기자)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흔하디흔한 삼각관계를 긴밀하게 풀어낸다.
소심한 순정남 네모리노와 당찬 미남 장교 벨코레의 구애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도도한 아디나를 누가 사로잡을 것인가?

일편단심 네모리노
순진하고 소박한 젊은 농부

<사랑의 묘약>은 테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네모리노라는 순진한 청년을 테너가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네모리노는 19세기 바스크 지방의 시골 총각으로, 애달픈 짝사랑을 하고 있다. 그의 정신을 쏙 빼놓은 아가씨는 대농장주의 딸 아디나다. 부유하고 해박한 아디나는 순박한 농부가 넘보기엔 과분한 여자다. 네모리노는 사랑스러운 아디나를 훔쳐보면서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Quanto è bella)’를 노래한다. 그녀는 도저히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체념하면서도, 선뜻 포기하지 못한다. 그의 사랑은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늠름한 군인 벨코레가 아디나에게 구애할 때에도 발만 동동 구른다. 한편으론 벨코레의 용감함을 부러워한다.
“큐피드가 나에게도 저 사람의 용기를 조금만 준다면, 내 사랑을 그녀에게 전할 수 있을 텐데…”
삼촌이 위중하다는 말을 들어도, 네모리노의 관심은 오로지 아디나에게만 쏠려 있다. 심지어 삼촌의 유산에도 도통 무관심하다. “다른 사람을 찾아라!”는 아디나의 냉정한 말에만 뜨겁게 반응할 뿐이다.
“그럴 순 없어요! 사랑을 잃을 바에는 차라리 죽겠어요.”

아리아 : 남몰래 흘리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 – 2막

밀고 당기는 아디나
사랑을 믿지 않는, 산들바람 같은 여자

아디나는 사랑스럽다. 하지만 사랑을 믿진 않는다. 그녀는 오페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소프라노 캐릭터다. 쾌활한 성격을 지녔으며 남성을 끌어당기는 마력 같은 힘이 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매우 당차고 똑똑하다. 마을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이성으로서 접근하는 남자들에게는 코웃음을 친다. 네모리노의 애틋한 마음을 알면서도 도도하게 반응하고, 벨코레의 구애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 급할 것 없잖아요. 생각 좀 해봐요!”라며 여유를 부린다.
모든 남자들이 동경하는 그녀지만, 유독 사랑에는 냉정하다. 네모리노와 함께 부르는 아리아 ‘산들바람에게 물어보세요(Chiedi all’aura lusinghiera)’에선 아디나의 소신이 여실히 드러난다.
“여자의 마음은 늘 여기저기로 옮겨 다녀요. 여자의 마음을 믿는 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사랑을 불신하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네모리노의 무관심이다. 항상 자신에게 사랑을 퍼주던 네모리노가 돌연 변심하자 질투심이 솟구친다. 배알이 뒤틀린 아디나는 네모리노를 골려주기 위해 벨코레와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식 준비가 재빠르게 진행되는데도 네모리노가 안 보이자 아디나는 조바심을 느낀다. 이내 네모리노가 자신 때문에 사랑의 묘약을 산 것과 돈을 마련하려고 입대를 계약한 사실을 알고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약삭빠른 둘카마라는 아디나에게도 약을 사라고 꼬드긴다. 하지만 현명한 그녀는 자기 힘으로 그를 차지하겠다며 거절한다.
“당신 약이 좋은 건 알지만, 난 더 좋은 걸 가졌어요. 내 얼굴과 몸, 매력 넘치는 미소가 바로 묘약이지요. 네모리노는 다른 여자들을 버리고 분명 나를 사랑하게 될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변한다. 아디나는 벨코레에게서 빼온 입대계약서를 네모리노에게 건네며 ‘받으세요, 당신은 이제 자유에요(Prendi, per me sei libero)’를 부른다.
“당신을 불행하게 했던 만큼 이제 당신을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사랑을 쉽게 믿진 않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뜨겁게 불타오르는 여자가 바로 아디나다.

아리아 : 받으세요, 당신은 이제 자유에요(Prendi, per me sei libero)- 2막

거침없는 벨코레,
자신감에 가득 찬 미남 장교

벨코레는 자신감과 거만함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하다. 사병들을 인솔하며 무대에 오르는 등장부터 매우 당차다. 늠름한 페리스 왕자가 사랑하는 헬렌에게 사과를 주었듯이, 아디나에게 꽃을 건네며 거침없이 사랑을 표현한다. 소심한 네모리노와는 대조적인 캐릭터다. 급한 성격의 그는 아디나에게 당장 결혼하자고 서두른다. 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넘어오지 않는다.
“전쟁과 사랑 속에서 이런 시간 낭비는 어리석은 것이오. 이 사랑의 승리자에게 굴복하시오.”
군대의 출동 명령이 떨어지자 오늘 당장 결혼해야 한다며 아디나를 다그친다. 직선적인 사랑 방식에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단순한 남자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네모리노의 입대가 확정되자 사랑의 라이벌을 제거했다며 기뻐하고, 아디나가 결혼 시간을 늦추자 ‘여자는 정말 이상한 동물’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네모리노와 아디나가 사랑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지만, 세상에 널린 게 여자라며 깨끗이 물러난다.

아리아 : 옛날 파리스가 한 것처럼(Come Paride vezzoso) – 1막

서울시오페라단 `사랑의 묘약` 앙코르

서울시오페라단 `사랑의 묘약` 앙코르

기간 : 2017.03.22 (수) ~ 2017.03.25 (토)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수~금 19시30분, 토 17시

티켓 : VIP석 12만원, R석 8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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