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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그저 전경(前景)에 불과한 것

서울시극단 고전극 <왕위 주장자들>

역사는 그저 전경(前景)에 불과한 것

서울시극단 고전극 <왕위 주장자들>

writer 김미혜(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인형의 집>, <유령>, <사회의 기둥들> 등 문제작을 발표하며 근대극의 일인자라고 평가받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의 대표적 서사극 <왕위 주장자들>.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세종M씨어터에서 2017년 3월 31일부터 4월 23일까지 공연되는 서울시극단의 <왕위 주장자들(Kongsemnerne)>(1863)은 입센이 쓴 너덧 편의 역사극에 속하며 역사극 중 가장 걸작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입센이 극작을 시작한 지 13년 후에 쓰인 이 역사극은 군웅이 할거하던 중세기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매우 현대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즉 이 작품에서 역사는 그저 전경(前景)에 불과하고, 주요 캐릭터들의 고뇌와 갈등이 우리의 그것들과 많이 닮아 있다.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 기념작 | 왕위주장자들 | Kongs-Emnerne | 원작 헨리크 입센, 번역 김미혜, 각색 고연옥, 연출 김광보

20세기 초까지 <왕위 주장자들>의 출판사와 공연사는 꽤나 화려하다. 발표 즉시 1,750부가 판매되었고, 1870년 11월 출판된 2판은 다음 해 1월에 매진되었으며, 19세기 말까지 모두 9판이 나왔다. 또한 노르웨이 극장들은 물론 스칸디나비아 극장들의 정규 레퍼토리였으며 노르웨이 민족의 고전 역사극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1904년 막스 라인하르트가 베를린의 노이에스 테아터(Neues Theater) 무대에 올린 공연이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작품이 자주 무대화되지 않는 것은 입센의 사회 문제극들이 점하는 무게 탓에 한쪽으로 밀려난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왕위 주장자들>은 입센의 전작(全作)에서 갖는 의미가 특별하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입센은 당시 문화적으로 후진국이었던 고국 노르웨이를 떠나 문화 선진국이었던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27년간 자의적 망명기를 보내게 된다. 또한 그간 자작 연출을 하기도 했던 입센이 1864년 1월 마지막으로 크리스티아니아(오늘날의 오슬로) 극장에서 연출하여 성공한 작품이었고, 이 무대가 세계 초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입센이 작가로서, 예술가로서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즉 입센은 과연 자신이 극작가로서의 소명과 확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면서 결국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갖고 소명 의식과 신념에 따라 자기 일에 매진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우리에게 전한다. 마지막으로 캐릭터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어 이 작품으로부터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탐색하는 입센의 극작 수법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진 : 김광보
사진 : 고연옥

<왕위 주장자들>에는 권력을 지향하는 세 명의 주요 캐릭터들인 호콘·스쿨레·니콜라스가 등장한다. 호콘은 ‘확신, 소명의식, 신념’을 지닌 인물로 자신이야말로 왕이 되라는 소명을 부여받았다고 확신하며 결국 왕이 된다. 니콜라스는 오슬로의 주교로서 겁이 많은 소심함 때문에 왕이 되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왕까지도 손안에 넣을 수 있는 성직자가 된 인물이다. 스쿨레는 <왕위 주장자들>에서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가장 ‘햄릿적’이고 가장 시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가장 현대적인 인물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권력에 대한 열망이 크면서도 자신이 과연 적법한 왕위 계승자가 될 수 있는지 내적으로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고뇌하는 외롭고 고독한 영혼이다. <왕위 주장자들>은 이 세 인물 유형을 대비시키면서 특히 스쿨레의 내면과 고뇌를 탐색하고 있어 심리 드라마적인 측면도 있다.
서울시극단의 <왕위 주장자들>은 한국 초연이다. 입센의 25편 전작 중 현재까지 11편이 소개되었고 이 공연으로 12편이 된다. 어느 외국 작가의 작품이든 한국 초연은 반갑다. 한국 연극의 레퍼토리가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2014년 <사회의 기둥들>의 한국 초연을 성공적으로 연출했던 김광보의 이번 연출도 기대가 크다. 권력의 속성과 그것을 좇는 인간 유형들이 그의 예술적 손을 거쳐 어떻게 현대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다려진다.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 기념공연 헨리크 입센의 `왕위 주장자들`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 기념공연 헨리크 입센의 `왕위 주장자들`

기간 : 2017.03.31(금) ~ 2017.04.23(일)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월,수,목,금 19시30분/ 토 14시, 18시30분/ 일 14시(화 공연 없음)

티켓 :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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