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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저장소, 세종문화회관

정유년 새해 인사

기억저장소, 세종문화회관

정유년 새해 인사

writer 이승엽(세종문화회관 사장)

세종문화회관 하면 예술이나 예술작품, 예술가가 떠오르기를 소망합니다.
새해에도 이를 위해 매진하겠습니다.

십이야 공연장면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 미래유산’입니다. ‘서울 미래유산’은 서울시가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문화재로는 등록되지 않은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대상으로 합니다. 서울사람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은 2014년 12월 31일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지정할 때 준 인증서에 보면 그 지정사유를 “서울시민의 기억과 감성이 담긴 가치 있는 근현대 문화유산”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서울시민의 기억과 감성이 담겼다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멀게는 시민회관시절부터 가깝게는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1978년부터 지금까지 이곳은 시민들의 기억과 감성으로 가득합니다. 시민마다 기억저장소 어느 한편에나마 세종문화회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내년에 개관 40년을 맞습니다. 어느덧 거의 전세대의 기억의 스펙트럼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마다 다른 이미지이겠지만 말입니다.

서울미래유산, 세종문화회관 전경

2016년의 세종문화회관은 또 다른 기억으로 시민들의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광장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시민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분노와 슬픔, 기대와 소망, 환희와 열정을 함께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아트센터로서가 아니라 우리 시민들의 지금, 여기의 기억과 감성을 듬뿍 담은 그릇이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안과 밖이 모두 거대한 역사적 현장이었습니다.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축제 같은 것이었습니다. 광장과 극장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힘겨운 나날들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축복 받은 일이기도 합니다. 예술가와 관객은 물론이고 엄청나게 많은 시민들을 만나는 드문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트센터도 누리지 못하는 특별한 일입니다.
이런 가슴 벅찬 기억에도 불구하고 세종문화회관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예술을 담는 아트센터입니다. 다른 어떤 호강보다 예술의 중심으로 작동하고 그렇게 인식되기를 원합니다. 예술을 중심으로 한 기억과 감성으로 시민과 만나고 싶습니다. 세종문화회관 하면 예술이나 예술작품, 예술가가 떠오르기를 소망합니다. 새해에도 이를 위해 매진하겠습니다.

2017,2018 세종시즌

새해에 세종문화회관은 두 번째 시즌을 선보입니다. ‘2017-18 세종시즌’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2개월간 이어집니다. 세종문화회관 사상 최초의 시즌이었던 ‘2016 세종시즌’은 2017년 2월까지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지지와 격려 덕분에 처음 예정한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 시즌을 선보이면서 약속드린 대로 두 번째 시즌은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모두 그렇습니다. 저희 9개 예술단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프로그램 뭉치 위에 세종문화회관의 명성에 걸맞은 기획프로그램을 얹었습니다. 공연과 전시, 축제, 교육 등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는 예술이 있고 만남이 있습니다.
극장은 ‘사회의 학교’라고 합니다. 극장이 담는 예술이 계몽적이거나 교훈적이라는 뜻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예술이 갖는 동시대성을 주목합니다. 예술은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기반으로 합니다. 저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세상에 내놓는 것이 일입니다. 그 산출물이 시민들에게 의미 있는 것이기를 희망합니다. 삶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새해에도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