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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야망을 갖거나 묵묵히 일하라

창작 뮤지컬 <서울의 달> 이필모·박성훈 인터뷰

청년들이여,야망을 갖거나 묵묵히 일하라

창작 뮤지컬 <서울의 달> 이필모·박성훈 인터뷰

writer 유주현(<중앙SUNDAY> 공연담당기자) / photo 이도영(STUDIO D)

1994년 시청률 50%를 기록했던 전설의 국민 드라마 <서울의 달>이 뮤지컬로 부활한다.
달동네 소시민들의 고달픈 서울살이를 통해 욕망과 성공의 의미에 대한 담담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가슴을 울렸던 이야기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디지털 혁명으로 우리는 확 달라진 일상을 살고 있지만, 과연 삶의 내면들도 달라졌을까?
서울시뮤지컬단의 <서울의 달>이 던지는 질문이다.

뮤지컬판 <응답하라 1994>인 걸까? 아니다. <서울의 달>은 1990년대 유행가가 흐르는 복고 취향 무대가 아닌, 2016년을 사는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다.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의 재기 넘치는 연출가 노우성·작곡가 최종윤 콤비와 김성수 음악감독 등 젊은 창작자들이 전설의 드라마를 재해석해 야심 차게 현대화하는 시도다. 전남 장흥에서 상경한 홍식과 춘섭, 두 친구의 사랑과 야망이란 골격은 같지만, 원작을 몰라도 상관없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시대를 배경으로 82부작 드라마를 엑기스만 뽑아 압축했고, 무대 진행도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호스트바에서 일하며 신분상승의 기회만 노리는 홍식과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며 곁을 맴도는 춘섭을 연기하는 배우는 최근 드라마 <가화만사성>으로 호평받았던 이필모와 서울시뮤지컬단의 간판스타 박성훈이다.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한석규와 최민식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벌써 캐릭터에 빙의를 마친 것일까. 하지만 이들은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뮤지컬판 홍식과 춘섭의 탄생을 장담했다.

이필모

지금 왜 <서울의 달>인가요?

이필모 처음엔 저도 이 시대에 괜찮을까 싶었어요. 지방에 가도 새 아파트 천지인데 달동네에서 망치 들고 지붕 고치는 걸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을까. 하지만 타워팰리스 뒤쪽엔 지금도 판자촌이 있으니 여전히 할만한 이야기 아닌가요. 그 감성을 젊은 세대도 공감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우리의 숙제겠죠.

박성훈 인정에 목마른 시대잖아요. 젊었을 때 친구와 돈독했던 우정을 떠올리고 향수에 젖게 만드는 면도 있어요. 요즘 중년들이 즐길 만한 취미도 없고 동떨어진 느낌도 드는데, 이런 작품 보면서 따뜻한 온기를 가져갔으면 해요.

최근 ‘호스트바’ 출신이 물의를 빚어 타이밍이 절묘한데, 캐릭터 접근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필모 그런 업소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요. 배우는 어지간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서죠. 목적이 분명한 사람들이니 너무 뻔해서 금방 파악이 끝나더군요. 그들의 접근방식을 이해하고 있으니 쉬운 것 같아요. 정말 ‘에이스’가 되려면 많은 걸 갖고 있어야겠더군요. 남자다우면서도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양극을 오갈 수 있어야 뭔가 나오겠죠. 차도 나오고 집도 나오고(웃음).

박성훈 저는 장흥에 먼저 내려가 봤어요. 사투리를 듣고 싶어서 노인정에도 가보고, 바닷가 쪽이 사투리가 세니까 낚시하면서 귀 기울여 보기도 했고요. 굉장히 조용한 동네라 정이 많이 가더군요. 서울 올라오는데 꼭 춘섭이 돼서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작 주인공인 한석규와 최민식의 이미지가 워낙 강한 작품인데요.

이필모 저를 보면서 한석규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걸요. 요즘엔 뭐든 쉽게 포기하는 ‘9포세대’인데, 제가 생각하는 홍식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100m 달리기를 하다가 102m 지점엔 절벽인데도 90m 지점에서 가속도가 붙은 걸 멈추지 못하고 추락하는, 그런 외롭고 허망한 인물이에요. 죽기 전 마지막 대사가 “보이즈 비 앰비셔스”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홍식 캐릭터를 단적으로 설명해주죠. 그 끝은 인간적이고 아름답게 그려졌으면 해요.

박성훈 저도 제 안의 정서를 춘섭에 담으려고 해요. 춘섭은 홍식의 유일한 친구였고, 늘 이용당하면서도 받아주면서 자라온 거잖아요. 묵묵히 지켜보고 믿어주는 역할인데, 요즘 시대에 없는 사람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전 반드시 있는 사람이라 믿고 저 또한 그런 친구이고 싶어요.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지붕을 고치겠다’는게 춘섭이니까요.

박성훈

올해 드라마 <가화만사성>으로 큰 인기를 끈 이필모는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대전으로 내려가 연극 <오셀로> 무대에 섰다. 그리고 연극이 끝나자마자 뮤지컬 <서울의 달> 연습을 시작하며 무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배우로서 아직 해보지 않은 캐릭터를 해봄 직한가’가 작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했다. ‘무대냐 매체냐’는 나중 문제란 것이다.
“<오셀로>는 4백 년 전 쓰여진 이야기에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배우로서의 궁금증이 있었고요. <서울의 달>은 왜 노란색을 보면 온도가 변하지 않아도 따뜻한 기운을 느끼잖아요. 끝나고 나면 온기가 느껴지는 그런 공연에 한 축을 맡고 싶은 거죠.”(이필모)
박성훈은 2002년 서울시뮤지컬단에 입단해 <균>, <밥퍼> 등 수많은 작품을 이끌어온 간판스타다. 그런데 재밌게도 객원인 이필모가 전문 뮤지컬 배우 박성훈에게 이런저런 훈수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의 시그니처 장면이었던 홍식이 팬티 바람으로 도망가는 장면은 “그런 게 있는 줄 몰랐었다. 최대한 거슬리지 않게 하겠다”며 몸을 사렸다.

드라마의 대표적인 장면이라 좀 튀어야 할 텐데요.

이필모 작업 중인 여자 남편이 현장을 덮치니 창문으로 몸을 던지거든요. 그 긴박한 리얼리티를 살려야 하는데 뛰면서 또 노래까지 불러야 하네요.

박성훈 가장 기대되는 장면입니다(웃음). 이런 긴박한 드라마가 노래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덕분에 노래가 좀 어렵죠. 기본 박자가 어려운데 그 안에 정서까지 넣어야 하니까요. 관객들은 상당히 재밌을 겁니다. 대사로 풀었다면 무거울 수 있는 심각한 얘기를 노래로 코믹하게 틀었으니까요.

뮤지컬 시장이 커지니 서울시뮤지컬단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고 있죠.

박성훈 창작 뮤지컬을 하다 보니 외부의 관심이 덜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단체에서는 창작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한국적 색깔도 표현하고 외국 뮤지컬과 경쟁할 수도 있겠죠.

이필모 저도 제 안의 정서를 춘섭에 담으려고 해요. 춘섭은 홍식의 유일한 친구였고, 늘 이용당하면서도 받아주면서 자라온 거잖아요. 묵묵히 지켜보고 믿어주는 역할인데, 요즘 시대에 없는 사람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전 반드시 있는 사람이라 믿고 저 또한 그런 친구이고 싶어요.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지붕을 고치겠다’는게 춘섭이니까요.

두 분도 춘섭처럼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지붕을 고칠 건가요.

이필모 그렇진 않고요(웃음). 종말이 오는데 왜 지붕을 고치나요. 종말이 온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어야 되겠죠. 어머니께 고생 참 많으셨단 얘기도 드려야 되고요.

박성훈 저도 못 고칩니다(웃음). 하지만 춘섭은 뜯어고친다고 하죠. 젊은 세대가 안타까운 게 꿈도 미래도 없다고 지레 포기하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나도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배우로서 보람될 것 같습니다.

뮤지컬 `서울의달`

뮤지컬 `서울의달`

일정 : 2016.12.10 (토) ~ 2016.12.25 (일)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화,목,금 20시 / 수 15시 / 토 15시, 19시 / 일 15시

티켓 : VIP석 10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문의 : 02-399-1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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