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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요정들의 애교가 백년해로로 이어지는 발레

셰익스피어 인 발레 <한여름 밤의 꿈>

춤추는 요정들의 애교가 백년해로로 이어지는 발레

셰익스피어 인 발레 <한여름 밤의 꿈>

writer 이지현(춤 비평가) / photo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유쾌하고 즐거운 가족 발레 <한여름 밤의 꿈>. 지금부터 한여름 밤의 꿈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여름 밤의 꿈 공연 무대 1

한여름 밤(Mid-summer Night)은 천주교인들에겐 ‘성 요한의 날’ 전날 밤인 6월 24일을 말한다. 6월 21일(하지)부터 사흘간은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시기로 이 긴 밤 동안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사랑의 결실과 건강함을 기원하며 밤새 춤을 추던 풍습이 있었다. 기이한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허락된 이 밤은 인간들의 사랑과 요정들의 마법이 얽히는 환상의 숲 속에서 사랑하는 짝을 찾게 해주는 ‘사랑의 묘약’으로 인해 빚어지는 우여곡절의 코믹한 작품으로 탄생하였다. 엘리자베스 여왕 친인척 결혼을 위해 쓰인 셰익스피어의 결혼축하극 <한여름 밤의 꿈>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완할 만한 사랑의 완성과 결혼식장에서 공연되는 그 실용적 이유에서 보는 이를 매우 유쾌하고 즐겁게 만드는 작품이다. 2015년 서울발레시어터에 의해 가족 발레로 재탄생한 <한여름 밤의 꿈> 역시 그 유쾌함을 만 네 살 이상이라면 작품을 보면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애정을 담아 만든 작품이다. 결혼 반대에 부딪혀 숲으로 도망간 허미아와 라이센더, 그 뒤를 쫓는 짝사랑하는 드미트리우스, 또 그를 짝사랑하는 헬레나, 그들을 지켜보는 숲의 요정 왕 오베른이 이들 사랑에 개입하고 그의 시종과 함께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장면 등 남녀를 둘러싼 현실감 있으면서도 어긋나는 이야기들이 속도감 있게 무용수들의 춤과 생생한 연기로 펼쳐진다.
한국에서 발레가 공연된 것은 1924년 안나 파블로바의 <빈사의 백조>가 배구자에 의해 공연되었고, 1931년 엘리아나 파블로바가 경성에서 공연하며 정통 발레가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유럽에서의 역사가 400년 이상인 것과 비교해 우리의 발레 역사는 90년에 불과하다. 발레는 테크닉이 습득되는데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들 뿐 아니라 음악·무대·의상·조명 등 무대예술로서의 고른 수준의 발전 없이는 완성도를 향해가기 어려운 장르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가족 발레 <한여름 밤의 꿈>이 보여준 무대 완성도는 서울발레시어터의 20년 노하우가 축적된 결실로 보인다. 안무 역시 우아함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동시대적인 제스처와 감각을 포함시켜 친근하고 쉽게 발레를 즐길 수 있게 배려했으며, 셰익스피어로 분장한 해설자가 등장해 극의 이해를 돕는다. 이는 그간 이 발레단이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고민한 결실 중 하나로 좋은 음성과 발성으로 연기력을 갖춘 해설자가 등장해 작품의 흐름을 정리하고 설명해주는 친절함은 가족 관객을 배려한 훌륭한 묘수다. 서울발레시어터 공연에서 느껴지는 또 하나의 분위기는 따뜻함이다. 민간에서 월급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면서 단원을 갖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단체는 마치 한국사회가 겪는 경제적·정치적 요동과 마찬가지의 굴곡을 겪으며 운영되어 왔다. 최근에는 메르스로 공연이 전면 취소되는 일까지 겪으면서도 오래된 단원이나 인연을 맺은 식구들을 가능한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한다. 그런 노력으로 이들이 함께 만드는 발레 작품은 가족들이 보기에 더없이 좋은 푸근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한여름 밤의 꿈 공연 무대 2

예술은 기량이나 테크닉의 훈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후에 격이 있는 작품이 만들어지지만, 분석되어지지 않고 뭐라 딱히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분위기가 그 모든 것을 에워쌀 때 예술로써 완성된다. 그것을 무대 위에 오른 무용수와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는 스태프들과의 관계라 해야 할지, 작품과 무대보다 더 넓은 객석에 앉은 관객과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것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서울발레시어터의 <한여름 밤의 꿈>에는 보이지 않는 곳을 채워 관객을 부드럽게 감싸는 무엇인가가 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여 세종문화회관과 공동주최로 마련된 <한여름 밤의 꿈>은 11월 11일(금)부터 13일(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되며, 아름다운 발레 요정의 춤과 셰익스피어가 직접 등장해 스토리를 이야기해주면서 원작의 재미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또한 11월 13일 일요일 오후 1시 30분에는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이 진행하는 <발레특강>으로 관객들의 발레에 대한 재미와 이해를 돕는 유익한 시간을 마련한다. <발레특강>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며, 선착순 100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

셰익스피어 인 발레 `한여름 밤의 꿈`

셰익스피어 인 발레 `한여름 밤의 꿈`

기간 : 2016.11.11 (금) ~ 2016.11.13 (일)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금 19시30분, 토 17시, 일 15시

티켓 :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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