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태고의 축, 오늘의 춤

서울시무용단 춤극 <신시>

태고의 축, 오늘의 춤

서울시무용단 춤극 <신시>

writer 장혜선(객원기자)

<신시>는 시대적 소재에 상상력을 더해 역사 춤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오는 10월, 발레무용수 김주원과 윤전일, 한국무용가 이정윤이 합류해 다시 화제를 모은다.

신시 공연장면 1

춤극 <신시>는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동아시아 문명의 기원을 이루었던 홍산문화(紅山文化)를 되짚어보는 작품이다. ‘신시’는 <삼국유사>에서 환웅이 태백산 자락에 3천 명의 무리를 이끌고 내려와 나라를 세운 곳이다. 이야기는 곰과 호랑이가 마늘과 쑥을 먹으며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동굴에 있었다는 신화를 새롭게 구성한다. 하늘의 아들(천족)인 환웅은 웅(熊)족과 호(虎)족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상으로 강림한다. 호족장은 웅족을 흡수하기 위해 웅족의 여족장인 웅녀에게 청혼한다. 웅녀가 이를 거절하자, 호족은 웅족을 침입한다. 환웅은 웅족을 도와 전쟁에서 승리하고, 전쟁에서 패한 호족을 용서하고 포용한다. 천족·웅족·호족을 아우르는 화합의 땅, 신시에 새로운 나라를 연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5월 초연 당시, <신시>는 역사책에도 나오지 않는 홍산문화를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 호평을받았다. 각 장면은 한국 상고사를 간결하지만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시대적인 소재에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신시>는 몇해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팩션물이 무용에서도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6월, 서울시무용단은 단옷날에 맞춰 <여름빛 붉은 단오>를 무대에 올렸다. 잊혀가는 단오의 세시풍속을 재현한 작품이었다. 이번 <신시>는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개천절을 기리며 10월에 공연한다. 공공무용단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찰하는 서울시무용단의 고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김주원
윤전일
이정윤

더욱 웅장해진 무대로 돌아오다

서울예술단·국립무용단 단장을 역임한 국수호가 <신시>의 안무를 담당했다. 국수호는 그동안 고구려·신라·백제·가야 등 역사를 소재로 끊임없이 춤극을 제작했다. <신시>는 서울시무용단과의 첫 작업이다. 그는 10년 전부터 직접 수집해온 홍산문화에 대한 자료들을 <신시>에서 남김없이 쏟아냈다.
연출은 <피맛골 연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다양한 뮤지컬을 흥행으로 이끈 유희성이 맡았다. 그는 이미 <경성, 1930>, <백조의 호수>, <바리>, <사미인곡> 등 서울시무용단과 여러 차례 작업한 경험이 있다. 무용단의 특징과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유희성은 노련한 리더십으로 대규모 춤극을 탄생시켰다. 출연진만 80명이다. 60명의 무용수와 20명의 뮤지컬 배우가 무대에 올라 화려한 군무와 웅장한 노래를 펼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거대한 무대를 십분 활용한 연출이 돋보이는데, 오케스트라 피트부터 뒤쪽 무대까지 남김없이 무대로 소화시켰다. 무대 위에는 5~7미터 높이의 대형 오신상이 등장하여 묵직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국수호가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기원전의 유물들이 무대 미술로 재현되어 신선한 시각적 효과를 제공한다. 작품에 사용된 천족의 소품과 의상들은 태양을 숭배한 홍산문화의 유물인 흑피옥 조각상, 다뉴세문경 등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프롤로그에서 다섯 개의 거석상이 세워진 무대에 천족이 강림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세상이 열리는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환웅과 웅녀의 사랑의 2인무에서는 섬세하고 애틋한 감정이 도드라진다. 전쟁 장면은 다이내믹한 음악과 무용수 60명의 군무가 조화를 이뤄 실감나고 장대하게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무엇보다 파격적인 캐스팅이 화제다. 국립발레단에서 15년 간 춤을 췄던 발레리나 김주원과 국립무용단에서 13년 간 활동했던 이정윤, ‘댄싱9’이 낳은 스타 윤전일이 합류한다. 김주원과 이정윤은 <더 원(THE ONE)>, <4색 여정>, <봄의 제전 G.> 등 이미 여러 작품에서 함께한 바 있다. 김주원과 서울시무용단 김경애가 웅녀 역을, 이정윤과 서울시무용단 신동엽이 환웅 역으로 더블캐스팅 됐다. 호족장 역은 윤전일과 <여름빛 붉은 단오>에서 주역으로 호연을 펼친 최태헌이 맡는다. 지난해 초연 이후, 한층 더 발전된 작품으로 다듬어진 <신시>. 태고의 역사와 정신을 통해 지금 이 시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춤극 신시(神市)

춤극 신시(神市)

기간 : 2016.10.27 (목) ~ 2016.10.28 (금)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19시 30분

티켓 :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B석 1만원

문의 : 02-399-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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