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행보를 무모하다고 말한다. ‘천천히’ ‘조심히’ 걸어가라고, 서두르다 넘어지면 다친다고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어른들은 모른다. 청춘들에겐 ‘씩씩하게’ 걸어가라는 격려만 필요할 뿐이다. 넘어지면 훌훌 털어버리고, 잘못 들어선 길이면 다시 되돌아올 체력을 그들은 가지고 있다. 2013년 유경화 단장 취임 이래로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은 더욱 단단해졌다. 기존의 국악곡을 연주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레퍼토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더 많은 청춘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한다. 자신들의 풋풋함을 내세워, 국악계의 새로운 기류를 형성한 것이다. 청소년국악단이 해야 할 일은 어른들의 갇혀 있는 시선을 타파하는 것이라는 걸 증명하듯 말이다.
2014년에 첫 포문을 연 <청춘가악>은 국악계 신진 예술가들의 창작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전통예술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30세 이하의 젊은 국악인들에게 공모를 통해 협연 기회를 제공한다. 기악·성악·지휘·작곡·연희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연자들을 선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4년에는 지휘자 장태평과 채길룡을 등용해 악단의 지휘를 맡겨 화제가 됐다. 2015년에는 지휘자 유용성이 지휘봉을 잡았다. 등용 후에는 지방·연계 공연 등을 함께하며 지속적으로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으니, 젊은 국악인들에게는 귀중한 기회다. 지난 4월, 70여 팀의 지원자가 공모했고, 최종 선발된 15팀이 이번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모에서는 톡톡 튀고 개성 넘치는 연주자들이 워낙 많아서, 심사위원들이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더욱 다채로워진 젊음의 음악

9월 23일과 24일, 양일간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청춘가악>이 발굴한 역대 지휘자 장태평, 채길룡, 유용성이 참여해 곡별로 지휘를 맡는다. 공연의 첫 순서는 제7회 대한민국 대학국악제 대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앙상블팀 경지가 ‘보물섬(36년 어둠에서 빛을 보리)’을 선보인다. ‘보물섬’은 현대적 악기를 배치해 음악의 풍성함을 담아낸 곡이다. 이어서 채길룡의 지휘로 한창희가 연주하는 대금 협주곡 ‘서용석류 대금산조’와 한지수가 연주하는 생황 협주곡 ‘풍향’이 무대에 오른다. 김민정이 선보이는 가야금 협주곡 ‘달꽃’과 이우성의 모듬북 협주곡 ‘타’는 장태평 지휘로 만날 수 있다. 소리꾼 김유진은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 세상 나가는 대목’을 부른다. 둘째 날은 양금과 장구의 이중주 ‘조우’로 시작되는데, 양금과 동해안별신굿이라는 생경한 조합이 기대를 모은다. 최휘선이 양금을, 장지훈이 동해안별신굿 장구를 연주할 예정이다. 신진 국악 퓨전 앙상블로 주목받고 있는 절대歌(가)인의 무대가 이어진다.
절대歌인은 판소리·경기민요 소리꾼, 피아노 연주자로 구성된 단체다. 이번 무대에선 전남 지역의 토속민요인 화순 ‘떡타령’과 진도 ‘엿장수타령’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한 ‘떡 먹고 엿 먹고’를 선보인다. 주고받는 교창 형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섬세한 박자에 여성스러운 선율이 어우러지는 곡이다. 소금 협주곡 ‘응지연’은 박혜민이 협연하고, 해금 협주곡 ‘메나리’는 김민정이 함께한다. 첫날에 선보였던 모듬북 협주곡 ‘타’를 둘째 날에는 정주리가 연주하고,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 세상 나가는 대목’은 소리꾼 서의철이 부른다. 양일의 마지막 순서는 난장&판이 ‘신모듬’을 선사하며 축제의 마무리를 책임진다. 젊은 음악가들이 전문 연주자들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들의 어깨에 달린 국악의 미래를 상상하며, 젊은 예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