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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 위에 서다

아트로드-한국을 담다

다시 길 위에 서다

아트로드-한국을 담다

writer 김물길(<아트로드> 저자, 여행 작가)

673일의 여행, 46개의 나라, 410장의 그림. 스물넷에 홀로 떠난 세계 일주를 담은 책 <아트로드>.
출간 후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을 여행하며 그린 그림과 이야기를 담은 <아트로드-한국을 담다>와 함께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여행과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소개한다.

2013년 10월 14일, 세계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날.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길, 이전의 여행지와는 다른 느낌의 풍경들, 주변에서 들려오는 한국말, 그리고 반가운 한국의 공기와 내음. 그날부터였다. 내 고향 ‘한국’이라는 곳이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
그때 다짐했다.
‘한국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려야지!’
‘여행지 자체가 의미를 가지며, 나의 마음이 이끌리는 곳.’
그리고 곧 그에 걸맞은 첫 번째 여행지가 결정되었다.
충남 서산.
이곳은 부모님의 고향이자 친할머니가 계신 곳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부모님의 추억이 스며든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작에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풍금

엄마의 학교

부모님의 고향을 여행하겠다는 딸이 신기하고 기특했는지 부모님께서 충남 서산까지의 여행을 함께하자고 하셨다. 충남에 들어서 할머니 댁으로 향하는 길에 조수석에 앉아 있던 엄마가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말했다.
“엄마가 졸업한 중학교가 이 근처에 있어.”
우리는 엄마의 모교 미호중학교로 발길을 돌렸다. 도착한 학교는 안타깝게도 운동장과 건물만 남은 폐교의 모습이었다. 교실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뎌 들어가 보다가 구석에 조용히 자리한 낡은 풍금을 보았다.
“엄마, 여기에 풍금이 있어요.”
엄마는 흑백사진 속 소녀의 얼굴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풍금에 다가갔다. 나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풍금을 차마 만지지 못하고 있었는데, 중학생 소녀가 된 엄마는 망설임 없이 건반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삐걱삐걱’
학교를 나서는 엄마는 그 시절의 추억도 한아름 품고 나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