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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음악학자 정경영&지휘자 엄기영 인터뷰

음악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음악학자 정경영&지휘자 엄기영 인터뷰

writer 장혜선(객원기자) / photo 이도영(STUDIO D)

여기, 세종의 여름을 책임지는 두 남자가 있다. 스테디셀러가 된 두 공연의 숨은 주역을 만나다.

전문성 있는 해설을 꿈꾸다

정경영

정경영

음악학자 정경영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썸머클래식>

“ 음악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의 제목과 작곡가를 아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음악을 통해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썸머클래식> 청소년 대상으로 기획된 <썸머클래식>과 지난해 음악감독을 맡은 서울시오페라단 한국 초연작 <오르페오> 사이엔 커다란 간극이 있는 듯하다.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과 함께한 몬테베르디 오페라 <오르페오>의 한국 초연은 매우 가슴 벅찬 작업이었다. 연구가 기초가 되지 않으면 공연 자체가 불가능했으니, 나에겐 처음으로 ‘연구’를 ‘연주’로 연결하는 시도가 됐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썸머클래식>은 음악을 보다 친절하게 설명하고 싶은 음악학자의 꿈이 담긴 공연이다. 두 공연 모두 내가 연구하는 음악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에서 해설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은 해설자가 음악회의 부수적인 요소고, 해설자에게 기대하는 것도 굉장히 복합적이다. 청중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요구하기도 하고, 전문적인 해설을 원하기도 한다. 해설 분야도 더욱 전문화되길 바란다.

사진 : 정경영

2012년부터 매해 여름을 <썸머클래식>과 함께하고 있다.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됐나?

한국은 해설을 요청할 때 확정된 프로그램에 어떠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2년 <썸머클래식>은 세 명의 지휘자와 해설자가 함께 출연하는 공연이었다. 출연진이 많으니 해설자도 기획 단계부터 함께해주길 원한다는 색다른 요청을 듣고, ‘이 공연은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레퍼토리 선정부터 음악회 콘셉트까지 네 사람이 모여 치열하게 고민했다. 클래식 음악회의 공동 작업이 이상적으로 실현된 공연이었다. 그 후 <썸머클래식>과 지속적으로 함께하고 있다.

올해는 ‘썸머 모던 클래식’이란 부제로, 20세기를 대표하는 현대곡들을 선보인다.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가 자칫 잘못하면 ‘교과서에 실린 음악회’로 의미가 바뀌기 쉽다. 대부분의 해설 음악회가 비발디의 ‘사계’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같다. 음악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의 제목과 작곡가를 아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음악을 통해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기획자에게도 ‘잘 모르는 곡이지만, 한번 들어보면 완전히 반할걸?’이라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번 공연은 듣자마자 감동할 수 있는 1950년대 안팎의 현대 레퍼토리를 선정했다.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현대음악의 매력을 전달하고 싶다.

클래식 음악이 대중화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창작자들이 관객에게 휘둘릴 필요는 없지만, 소통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청중은 생각보다 명민하다. 낯설더라도 성숙한 경지에 있는 음악은 알아듣는다. 최선을 다해서 정통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본질에 접근하다

엄기영

엄기영

지휘자 엄기영

서울시합창단 <신나는 콘서트> 시즌 5

“예술가들이 무대를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관객들도 공연에 동참해야만 진정한 대중성을 얻는 것이다.”

서울시합창단 <신나는 콘서트> 시즌 5 MBC합창단 단장과 서울시뮤지컬단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이러한 경험이 합창 지휘자로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대학에선 성악을 전공했다. 1980년에 서울시뮤지컬단의 전신인 서울시립가무단에 입단해 5년간 배우로 활동하다가 MBC합창단 단장이 됐다. 이후 MBC관현악단의 상임지휘자와 서울시뮤지컬단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은 10년 넘게 MBC관현악단 지휘자로 일한 것이다. 다양한 음악 경험은 여러 음악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좋은 역할이 되어줬다. 보통 지휘자들은 한 음악 장르에만 경험이 한정된 경우가 많아서, 자신의 주 분야가 아닌 다른 음악에서는 음악 본질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할 때가 있다.

평소 합창을 지휘할 때, 특별히 무게를 두는 지점이 있다면?

모든 예술은 자연 상태라고 생각한다. 음악도 자연 상태라는 전제로 진행해야 한다. 그다음에 자유로움을 더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악의 발성은 인위적인 면이 강해서, 대중이 공감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합창의 발성에서도 자연 상태를 구축해야지 관객의 공감대가 커진다.

이번 공연에서 무슨 곡을 선보일 계획인가?

1부는 ‘인간의 존재’, 2부는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1부에서 ‘Now We Are Free’, ‘Sound of Silence’ 등을 선보인다. 이 곡들을 선곡한 이유는 자유·침묵과 같은 인간의 속성들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2부는 ‘Circle of Life’, ‘Memory’ 등 삶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는 곡들을 배치했다. 곡의 숨겨진 뜻들이 관객에게 전달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공연의 흐름을 구성하는 기준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진 : 엄기영

<신나는 콘서트>는 밴드, 전자악기 등 다양한 시도에 개방적이다. 이러한 작업들이 관객에게는 즐거울지라도, 클래식 음악에 뿌리를 둔 단원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단원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래서 단원들과 처음부터 음악의 ‘본질’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선보이는 공연이지만, 여러 음악 중 대표적인 언어를 하나 선택하라면 바로 클래식 음악이다. 그리고 원래 지휘자와 연주자 사이에는 팽팽한 기 싸움이 있다(웃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완성도 높은 무대가 탄생하는 것이다.

<신나는 콘서트>가 매해 여름마다 높은 관객률을 자랑하고, 합창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다.

서울시합창단 단원들의 기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원들 모두 월등한 기량을 가졌다. 단원들이 공연 의도에 공감하고, 잘해내야겠다는 욕구만 있다면 공연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단원들의 욕구를 불러오는 것은 지휘자의 책임이다. 지휘자가 공연의 이유와 음악적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논리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클래식 음악이 대중화가 필요하다면, 어느 부분을 고민해야 할까?

최근 20년 동안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는 ‘예술가가 관객을 즐겁게 해줘야만 된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예술가들이 무대를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관객들도 공연에 동참해야지만 진정한 대중성을 얻는 것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

서울시합창단의 고정 팬이 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합창 사운드를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았는데, 솔로나 앙상블이 너무 많았다는 부정적인 평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합창단은 1년 동안 수많은 공연을 통해 깊이 있는 합창곡들을 선보인다. <신나는 콘서트>는 단원들이 1년에 한 번씩 솔리스트로서의 기량을 무대에서 발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많은 관객에게 서울시합창단의 존재감을 전달하고 싶다.

썸머클래식 Summer Classics

썸머클래식 Summer Classics

기간 : 2016.08.13(토)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오후 3시 / 오후 7시

티켓 :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문의 : 02-399-17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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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합창단 제118회 특별연주회 `신나는 콘서트`

서울시합창단 제118회 특별연주회
`신나는 콘서트`

기간 : 2016.08.11(목)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오후 7시 30분

티켓 :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B석 1만원

문의 : 02-399-17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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