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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레코딩의 시작 테너의 전설 ‘엔리코 카루소’의 오페라 아리아집

위대한 레코딩의 시작
테너의 전설 ‘엔리코 카루소’의 오페라 아리아집

writer 이상민(음반칼럼니스트)

110여 년 전, 수많은 사람이 더 이상 극장에 가지 않고도 편히 집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만들어준 최초의 주인공,
이제는 신화가 된 테너의 전설 ‘엔리코 카루소’의 노래를 지금 만나보세요.

지금으로부터 약 140여 년 전인 1877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축음기’를 만들어내며 인류 최초로 ‘소리’를 녹음하는 레코딩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사업가라기보다 발명가였던 에디슨은 이 축음기를 음악을 녹음하는 용도보다는, 속기사 없이도 사람들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고, 사람들의 유언을 녹음해서 기록을 보존할 수 있으며, 교사들의 설명을 재생하여 공부할 수 있는 교육용 기계 등으로 홍보했습니다.
따라서 초창기 레코딩은 ‘음악 재생’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중들이 인지할 만큼 유명한 음악 레코딩은 수십 년이 지난 1902년에야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전설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가 부른 ‘10곡의 오페라 아리아들’이었습니다.
노래를 잘하는 성악가를 데려다 음악을 녹음해 음반으로 판매한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은 그라모폰 사(전 EMI)의 프로듀서 ‘가이스버그’는, 당시 미국에 알려지지 않았던 ‘엔리코 카루소’의 녹음에 대해 미국 본사가 허락하지 않자, 개인적으로 돈을 대고 지인들에게 부족한 돈을 꾸면서까지 이 녹음을 감행합니다. 당시로는 거금인 100파운드가 들어갔다고 하네요 (보통 개런티의 약 20배였다고 합니다). 카루소는 1902년 4월 11일, 생전에 ‘베르디’가 기거하던 이탈리아 밀라노의 그랜드 호텔로 음반사의 녹음 장비와 녹음 기사를 불러들여, 약 2시간 동안 호텔 방에서 아리아 10곡을 녹음합니다. 당시에는 전기를 이용한 녹음이 발명되기 전이라, ‘마이크’가 아닌 마치 메가폰처럼 생긴 ‘집음기’에다 직접 소리를 질러 녹음하는 방식이었죠.
이 음반은 발매된 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서 금세 투자한 비용의 150배가 넘는 엄청난 이익을 냈다고 합니다. 게다가 놀라운 건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팔리고 있으며, 이제는 디지털 음원으로도 발매되어 앞으로도 영원히 판매가 된다는 거죠.
하지만 레코딩 역사로 보자면, 이 음반은 많은 수익을 낸 것보다 이 레코딩 이후 쏟아진 수많은 음악 녹음의 위대한 첫걸음이 됐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고 역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더께가 지글거리는 잡음으로 들어가 있고, 반주하는 피아니스트가 틀린 음을 내거나 가수가 고음에서 음 이탈이 나더라도, 한번 녹음하면 결코 편집할 수 없었던 ‘낭만의 시대’에, 당대를 주름잡았던 위대한 테너가 들려주는 최초의 레코딩 소리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110여 년 전, 수많은 사람이 더 이상 극장에 가지 않고도 편히 집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만들어준 최초의 주인공, 이제는 신화가 된 테너의 전설 ‘엔리코 카루소’의 노래를 지금 만나보세요.

베르디 <리골레토> 중 ‘이 여자도 저 여자도’

베르디 <아이다> 중 ‘청아한 아이다’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

푸치니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Enrico Caruso – 1st Recording April 1902

Enrico Caruso – 1st Recording April 1902

1번째 : Franchetti: Germania – Studenti, udite.

2번째 : Franchetti: Germania – Ah, vieni qui…No, non chiuder gli occhi.

3번째 : 베르디 리골레토 이 여자도 저 여자도 Verdi: Rigoletto – Questa o quella.

4번째 : 베르디 아이다 정결한 아이다 Verdi: Aida – Celeste Aida.

5번째 : 마스네 마농 Massanet: Manon – O dolce incanto (Il sogno).

6번째 :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남 몰래 흘리는 눈물

7번째 : 보이토 메피스토펠레 Boito: Mefistofele – Dai campi, dai prati.

8번째 : 보이토 메피스토펠레 Boito: Mefistofele – Giunto sul passo estremo (Epilogue).

9번째 : 푸치니 토스카 별은 빛나건만

10번째 : 마스카니 아이리스 Mascagni: Iris – Apri la tua finestra (Sere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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