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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잇는 맑은 음표

동요뮤지컬 <외할머니 댁에서의 여름방학> 작곡가 노선락 인터뷰

세대를 잇는 맑은 음표

동요뮤지컬 <외할머니 댁에서의 여름방학> 작곡가 노선락 인터뷰

writer 장혜선(객원기자) / photo 이도영(STUDIO D)

노선락은 창작동요의 전성기인 1980년대의 동요들을 스토리에 맞게 뮤지컬 넘버로 구성했다.

기존에 잘 알려진 ‘새싹들이다’, ‘기차를 타고’, ‘숲 속을 걸어요’, ‘종이접기’,
‘그림 그리고 싶은 날’, ‘산마루에서’, ‘노을’을 편곡해 선보이며,
창작곡은 ‘할머니 댁에 가면’, ‘준서의 일기’, ‘엄마, 엄마’ 등을 작사·작곡했다.

노선락

노선락

노선락

아이들은 어떤 음악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모차르트나 바흐뿐만 아니라, 버르토크와 스트라빈스키,
심지어 록밴드 퀸의 음악에도 몸을 맡기지요.
게다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엉뚱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어린이는 음악과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을 준비가 된
완벽한 관객이라고 생각합니다.

팽팽한 긴장감. 복도에는 거울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들이 보였다. 지난 6월 1일,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연습실을 찾았다. <외할머니 댁에서의 여름방학>의 오디션이 진행됐고, 긴장하던 아이들은 피아노 반주가 흐르자 단정히 서서 맑고 청량한 음색을 뽐냈다.
<외할머니 댁에서의 여름방학>은 우리 동요로 만든 창작뮤지컬로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이 출연하고, 서울시뮤지컬단 단원 오성림이 연출을 맡는다. 작곡과 대본을 담당한 노선락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수학했으며,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 <한밤의 세라나데>를 작사·작곡, 뮤지컬 <젊음의 행진>의 음악감독을 맡은 바 있다. 가족뮤지컬 <왕자와 크리스마스>와 음악극 <땅속 두더지 두디>에서는 대본을 작업했다.
<외할머니 댁에서의 여름방학>의 주인공 준서는 게임을 좋아하는 초등학생이다. 서울의 맞벌이 부모 밑에서 성장한 준서는 여름방학이 되어 따분한 일상을 지낸다. 엄마는 회사 연수로 집을 비우고, 아빠는 준서를 시골에 있는 외할머니 댁으로 보낸다. 학원에서 벗어나 실컷 스마트폰 게임을 할 생각에 들뜬 준서. 아빠는 그런 아들이 걱정돼 휴대폰 충전기를 몰래 숨긴다. 준서는 실망하지만 이내 분교의 또래 친구들과 ‘몸으로 노는 법’을 알게 된다. 자연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녀, 온 가족이 공감할 수 있는 성장 드라마다.
“1980년대 동요를 중심으로 작업했어요. 1920~1930년대에 유행하던 동요는 일제강점기의 영향을 받았지만, 1980년대 동요들은 순수 창작품이기 때문에 정서적인 면에서 현재와 공유하는 지점이 많아요. 동요를 통해 세대를 초월해 함께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죠.”
심사위원석 중앙에 앉은 노선락은 오디션 내내 참가 학생들과 눈 맞추며 ‘엄마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은 지켜보고, 기다리고, 응원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오디션이 끝날 무렵, 무거웠던 복도 분위기와는 달리 유쾌한 웃음이 연습실에 가득 찼다.

노선락

‘동요뮤지컬’이란 장르를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동요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동요는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발전 가능성’이 많은 음악적 소재입니다. 모두가 다 아는 노래를 뮤지컬로 만드는 것은 작곡가로서 상당히 흥미 있는 작업이지요. 아이일 때 듣고 부르는 노래는 평생 그 사람의 음악적 배경을 만들어요. 이것은 좋은 동요를 만들어야 하는 의미이기도 해요. 아이가 성장해 부모가 되면 자식들에게 다시 노래를 불러줍니다. 구전(口傳)되는 동요가 마치 ‘유전자’처럼 느껴졌죠. 음악에 스토리를 입혀 아이와 부모가 함께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면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의 동요와 새로운 창작곡을 섞어서 뮤지컬 넘버를 구성하셨죠.

지난해에는 <외할머니 댁에서의 여름방학>의 소규모 버전을 무대에 올렸고, 올해는 그때 작업한 노래를 토대로 작품을 확장한 거예요. 강호, 아빠 등 여러 인물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기존 동요 중 뮤지컬 넘버로 올릴 만한 곡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새로운 창작물이 필요했지요. 동요가 극적인 노래가 아니기 때문에, 스토리에 맞는 편곡 작업을 했어요. 악기로만 연주되는 부분은 동요의 모티브를 이용해 곡을 만들었어요. ‘숨은 동요 멜로디’를 찾으며 작품을 감상하시면 더욱 재밌을 거예요.

<왕자와 크리스마스>, <땅속 두더지 두디>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대본을 쓰셨죠. 작곡가가 대본을 구성할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으로 대본을 쓴 <왕자와 크리스마스>는 저를 가르쳐주신 이건용 선생님께서 제안하셨던 작품이에요.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선생님의 격려와 배려로 작품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작곡가가 대본을 쓰면 아무래도 음악적인 구성을 탄탄히 만들 수 있어요. 템포와 클라이맥스를 생각하며 대본을 쓰죠. 노랫말도 한 절 한 절 음과 조화됩니다. 이번 <외할머니 댁에서의 여름방학>은 노래가 확정된 상태에서 인물을 설정하고 스토리를 입혔어요. 작업하다가 허전한 부분은 창작곡이나 편곡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다 보니, 처음부터 드라마를 구상해 곡을 쓸 때보다 어려움이 있었죠.

작품 속에서 맞벌이 부부의 육아, 스마트폰에 몰입된 삶 등 동시대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스토리를 구상할 때 영감 받은 것이 있나요?

스마트폰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됐죠. 저 역시 엄마이자 선생님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면에서 소재를 가져왔어요. 이번 작품을 구상하면서 <김용택의 교단 일기>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가 전라북도 덕치초등학교에서 평교사로 지내면서 아이들과 보낸 시간을 적은 일기예요. 분교에 있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 가슴 아프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주인공 준서가 시골에 갔을 때,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김용택 선생님의 동시집을 보면서 창작곡의 노랫말도 만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애정 있는 곡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새로 작곡한 ‘엄마, 엄마’라는 노래입니다. ‘엄마 없이 밥을 먹고, 엄마 없이 옷을 입고, 엄마 없는 집에 가서, 엄마 없는 잠을 자요’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곡이에요. 가사가 참 슬프죠. 아빠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할머니 댁에 내려온 강호라는 아이가 부르는 노래입니다. 제가 늘 의지하는 언니가 있어요. 유명한 신경심리학자인데, 유년기를 외롭게 보냈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그 언니를 생각하면서 쓴 노래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 많은 관심을 쏟고 계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저는 어린이 대상의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한 편이에요. 베이비시어터 <달>이란 작품은 10~30개월 연령의 영유아가 볼 수 있는 작품이었죠. <땅속 두더지 두디>는 음악을 안내하기 위한 장치로 인형과 배우가 등장하고, 연주자들이 연기를 하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음악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모차르트나 바흐뿐만 아니라, 버르토크와 스트라빈스키, 심지어 록밴드 퀸의 음악에도 몸을 맡기지요. 게다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엉뚱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어린이는 음악과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을 준비가 된 완벽한 관객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곡가이자 엄마로서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에겐 11개월 된 아이가 있어요. 아이를 기르다 보니,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아이들은 존재만으로도 벅찬 감동이에요. 아이들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라고 하고 싶지 않아요. 어른의 잣대로 보면 어린이는 한없이 부족하죠. 하지만 어른인 제가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이 훨씬 많아요.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기다리고, 응원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른 관객은 이번 공연을 통해 어떤 감흥을 느끼길 원하나요?

추억이요. 어릴 때 들었던 동요들, 동요를 듣거나 부를 때의 하늘 색깔, 그때 즐겨봤던 동화책 같은 것들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음악이 주는 가장 좋은 힘은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그 순간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동요 뮤지컬 `외할머니댁에서의 여름방학`

동요 뮤지컬 `외할머니댁에서의 여름방학`

기간 : 2016.08.12 (금) ~ 2016.08.13 (토)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금) 오후 7:30 , (토) 오후 3시

티켓 : R석 3만원, S석 2만5천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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