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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추억의 공간, 세종

‘으뜸 레파토리’ 패키지 관객 이승희

묵직한 추억의 공간, 세종

‘으뜸 레파토리’ 패키지 관객 이승희

writer 장혜선(객원기자) / photo 윤문성(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따뜻함이 스며드는 5월의 주말, ‘으뜸 레파토리’ 패키지 관객인 이승희(36) 씨를 세종M씨어터 로비에서 만났다.
그는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를 관람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이승희

이승희

이승희

“객석에 앉아도 무대가 보이지 않을 만큼
키가 작을 때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봤어요.
향수가 깃든 곳이죠.”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린 세종문화회관.
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수많은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호른 주자로 활동한 아버지 덕이다.

예술이 주는 찬란한 기운 속에서 성장한 이승희 씨는 안양대학교에서 비올라를 전공했고, 성공회대 NGO대학원 비정부기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 음악대학에서 음악사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한국에서의 베르디 오페라 수용에 관한 논문을 준비 중이라 세종문화회관 자료실을 자주 방문한다.
“타 공연장의 전속 단체들은 극장을 옮겨 다니며 공연해왔지만, 세종문화회관은 긴 세월 동안 한 공간에서 9개의 전속 예술단이 활동하고 있어요. 세종문화회관의 예술단들은 다른 단체들보다 지속적인 공연 자료를 모으기에 용이한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의 손을 잡고 향하던 세종문화회관. 세월을 머금고 그는 이제 딸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는다. 딸과 함께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을 관람한 이승희 씨는 세심한 공연 평을 전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가 어린이 뮤지컬 전문 단체의 작품에 비해 몰입도가 약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어요. 특히 난쟁이의 연기는 어린이들의 흥미 포인트를 심도 있게 연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난쟁이들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가 극 안에서 충분히 나타나지 못한 점은 아쉬워요. 백설공주가 깨어난 것이 난쟁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점을 인지시켜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이승희

주기적으로 세종문화회관의 공연을 관람해온 이승희 씨는 “극장이 움직이는 상황을 더욱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번 세종문화회관 패키지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으로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을 주저 없이 꼽았다.
“2014년에 <달이 물로 걸어오듯> 초연을 보고, ‘한국에서도 이러한 작업을 하는구나!’ 하는 신선함을 느꼈어요. 특히 초연 때 수남 역할을 소화한 남자 주인공의 연기가 매우 인상 깊었죠. 올해는 다른 배우의 공연을 봤는데, 연기보다 목소리가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연기력이 강한 성악가의 공연이 더 좋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연기력에 무게를 두고 이 공연을 평가하고 있었죠. 오페라에서 연기력과 연출력이 가창력보다 청중의 감정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이승희 씨는 창작오페라를 활성화하려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움직임에 대해 찬사를 표했다.
“만약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 초연으로 끝났다면, 계획 없이 움직이는 한국 공연계의 단순한 에피소드로 남았겠죠. 재공연을 하며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무척 고무적입니다.”
그는 “앞으로도 세종문화회관이 창작오페라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자들이 등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