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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를 만날 시간

꿈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를 만날 시간

writer 김미진(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기획&비평)

오는 6월 26일(일)부터 9월 24일(토)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꿈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 특별展>을 개최한다. 이는 지난해 4월 세종문화회관이 미술관을 재개관한 후 선보이는 블록버스터 전시로, 스페인에서 가장 존경받는 화가 ‘호안 미로(Joan Miró, 1893~1983)’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관에서는 스페인 마요르카 미로 재단에 소장된 작품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호안 미로 전시를 개최한다. 호안 미로는 화려하고 명료한 색으로 자연과 인체, 문자를 상징하는 형태를 자유롭게 표현한 독창적 화풍으로 미술사에 남는 위대한 작가다. 이번 전시는 유화, 과슈, 드로잉, 콜라주, 테라코타, 브론즈, 태피스트리, 액션페인팅 등으로 된 작품 수백여 점을 테마별로 구성하였으며, 미로의 절친 세르트가 설계한 작업장과 마요르카의 농가를 활용한 보테르 작업장 두 곳의 소품, 그리고 작가의 작업장까지 연출하고 있어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자유롭게 구사한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인 미로의 작품 세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untitled, 1978

untitled, 1978

장인 집안에서 탄생

미로는 1893년 4월 20일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나에서 시계 제조업자이면서 금속 공예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장인 집안의 배경에 미술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 어릴 때부터 매일 같이 주변 인물과 정물, 풍속화 등을 세심한 관찰력과 감수성으로 그렸다. 미술을 전공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부모 때문에 14세에 상업학교와 미술학교를 같이 다녔으며, 17세에는 부모의 뜻에 따라 회계 사무직으로 일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일 년 뒤 병에 걸리고 만다. 그는 올리브 나무를 비롯한 아름답고 한적한 자연으로 둘러싸인 몬트로이그(Montroig)의 부모 별장으로 내려가 병을 회복하고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카탈루냐 대지를 그리다

1912년, 미로는 아카데믹한 교육보다는 실험적이고 자유롭고 독창적 표현을 하도록 가르치는 프란세스크 갈리(Francesc Galí)가 운영하는 미술학교에 들어간다. 그는 이곳에서 눈을 가리고, 사물을 만지면서 촉각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교육을 받으며 상상력을 연마하고, 음악과 시를 공부하며 풍요로운 감각 세계를 표현하는 기초를 다지게 된다. 이때 미로는 달마우 화랑에 전시된 당대의 최신 경향이었던 야수파와 입체주의 작품을 보고 큰 영향을 받는다. 1917년, 미로는 파리 다다의 예술가 중 한 사람인 프란시스 피카비아를 알게 되어 바르셀로나에서 자주 만났다. 그를 통해 새로운 사조들을 접하고 1918년 달마우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1919년부터 파리를 방문하기 시작하고 마송(Masson) 옆집에 거주하면서 짜라(Tzara), 르베르디(Reverdy), 쟈콥(Jacob), 아르토(Artaud) 등과 같은 시인들과 자주 만나며 교제를 나누었다. 이 시기에 미로는 몬트로이그와 어머니의 고향 마요르카를 자주 방문하면서 대지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상상력에 더해 섬세하고 사실적인 표현으로 신비스러운 농원 풍경들을 그렸다. 이런 어린 시절과 그의 고향인 카탈루냐 지방의 자연과 문화는 미로의 밝고 다양한 감각으로 이루어진 작품 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로마의 거대한 문화와 자연을 안고 있는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많은 거장을 탄생시켰다. 피카소, 달리, 가우디, 타피에스 등 많은 예술가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태어나고 활동했다. 특히 <몬트로이그 농원(1921~1922)>은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오가면서 카탈루냐의 로마네스크 문양과 그림자, 빛을 사용해 자연과 사물을 소박하고 명확하게 표현한 그림으로 현실을 변형시켜 꿈같은 상상의 세계로 흐르게 하는 미로의 재능을 엿보게 한다.

Danseuse, 1969’

Danseuse, 1969

꿈과 무의식을 그리다

1924년, 미로는 초현실주의를 주창한 브르통을 비롯하여 마송, 에른스트, 탕기와 함께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활동하면서 초기의 섬세하면서도 빽빽하게 그리던 화법에서 벗어난다. 이후 그는 초현실주의의 마음으로부터 순수하게 표현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기법을 가장 잘 구사하는 작가로 간주된다. 그러나 미로는 초현실주의의 예술적 재료로 꿈과 무의식을 사용하면서도 이전의 민속적이고 마술적인 신비한 요소들을 종합해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 방법을 자유롭게 사용했다(<미로 20세기 미술의 발견>, 유재길, 이돈수 옮김, 1995, 예경). 1920년대 말 네덜란드 미술관 방문 후에는 17세기의 명화에서 감명받아 네덜란드 실내의 구성을 따르며 인물과 동식물을 상징적인 법칙과 형태로 만들어 그렸다. 1929년부터 1938년까지 미로는 인물을 독특한 형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텅 빈 배경 위에 이미지를 얹은 콜라주 기법으로 전통적 회화의 그리기 방식을 해체한다. 이 시기의 그림 배경은 대부분 회색 톤의 어두운 색으로 스페인 내전(1936년)의 불안한 상황을 내포하고 있다. 1939년 가족과 함께 프랑스 노르망디 바랭즈빌(Varengeville)에 머물렀고 브라크(Braque), 칼더(Calder), 케노(Queneau)를 만난다. 그는 1941년까지 전쟁으로 불안한 현실과는 다른 노르망디의 아름다운 빛과 풍경을 22개의 과슈로 성좌 시리즈를 그린다. 이 작품들은 비어 있는 편편한 공간에 선과 원으로 된 형태를 융합하면서 균등한 통일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태양계의 기호들, 곡선의 여인, 새

1942년부터 미로는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화풍을 확립하고 주제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한다. 명확한 태양계의 기호들, 우주의 행성, 별, 우아한 곡선의 여인, 새는 날카롭고 일률적인 선으로 그려지며, 반복되어 만들어진 면들은 밝은 원색으로 채워지고 때로는 얼룩으로 번져 회화만의 자율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1944년부터는 세라믹 제작 전문가인 로렌스 이 아르티가스(Llorens i Artigas)와 함께 여러 가지 재료들을 융합하여 카탈루냐 문화와 선사시대 지중해 문화를 연상시키는 세라믹 작업을 하며 또 다른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 1961년부터 미로의 회화는 굵은 선과 진동하는 생생한 색채, 어린아이 같은 형태가 더욱 강조되며, 사물의 운동과 정지라는 에너지를 기호로 표현하면서 그의 형식을 단련하고 정제한다. 이후 1983년 마요르카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거칠 것 없이 자유롭게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에너지와 신비감이 넘치는 강렬한 그만의 스타일로 작업했다.

Le lezard aux plumes d´or,1971

Le lezard aux plumes d´or,1971

꿈을 그린 화가

이번 전시를 기획한 마요르카 미로 재단은 스페인 최고의 휴양지 마요르카섬의 팔마(Palma de Mallorca)에 위치해 있으며 미로는 1956년부터 1983년 크리스마스에 사망할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렀다. 이 재단은 미로와 그의 아내 필라르(Pilar)를 기리기 위해 그들이 기증한 모든 예술 작품과 문서, 소품 등을 기반으로 하여 1981년 3월 7일 시의회의 승인과 함께 설립되었다. 1992년에는 미망인 필라르가 기증한 토지를 기반으로 건축가 모네오(Moneo)가 설계한 미술관이 들어섰다.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언덕에 정원과 인공 연못, 각종 식물과 동물이 어우러져 있도록 설계된 자연 친화적인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는 마요르카 미로 재단에 있는 주요 소장품으로 구성되어 5개의 테마로 연출된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바다와 하늘, 식물 등 자연을 사랑하면서 그로부터 받은 영감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미로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미로의 추상성과 단순한 표현의 알타미라 동굴, 이스터섬의 모아이, 콜럼버스 이전의 로마네스크 회화, 동양의 선사상 그리고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강한 선과 화려한 원색을 사용해 과감한 표현을 하는 후기 작품들을 통해 그의 창조적 자극과 과감한 실험 정신, 깊은 사고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미로가 타계할 때까지 사용했던 그의 손때가 묻은 미완성작과 다양한 미술 도구, 미로에게 영감을 주었던 다양한 소품 100여 점으로 재현한 작가 스튜디오를 통해 원숙기에 이른 한 예술가의 내밀하고 창조적인 공간을 엿볼 수 있다. 다섯 번째에서는 미로의 시적 언어와 삽화로 제작된 아름다운 책을 통해 그가 실제로 화가들보다 시인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언어와 책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부분에서는 미로가 주로 다루었던 우주의 행성, 별, 곤충, 새, 원을 상징하는 도상을 통해 보편적으로 자연과 여성이 주제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로는 자연이 내뿜는 상징과 의미를 그 어느 사조에도 속하지 않은 자신만의 독창적 시각적 기호로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다. 우주의 창조 질서와 인간의 본능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한 미로의 예술 세계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무한한 꿈과 상상의 여행이 될 것이다.

꿈을그린화가 호안미로 특별전

꿈을그린화가 호안미로 특별전

기간 : 2016.06.26 (일) ~ 2016.09.24 (토)

장소 : 세종 미술관1관, 세종 미술관2관

시간 : 오전 10시 30분 ~ 오후 8시 (입장마감 60분전)

티켓 : 성인 1만5천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천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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