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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세종문화회관 신년음악회

소리꾼 이자람 인터뷰

2016년 세종문화회관 신년음악회

소리꾼 이자람 인터뷰

writer 김선영(<객석> 기자) / photo 두산아트센터 제공

지난 2013년부터 다양한 전통예술 분야의 예술가들과 신년음악회를 올려온 세종문화회관.
2016년 새해 무대에는 ‘어제와 오늘’, ‘신(新)구(舊)’가 공존한다. 세종문화회관의 여러 전속 단체들과 더불어 전통음악의 대중화와 새로운 장르 개척을 위해 힘쓰는 이자람(판소리), 하림(민속악기), 민영치(장구)가 참여해 다채로운 무대를 만드는 가운데 1부의 마지막, 소리꾼 이자람이 선보일 판소리 <심청가> 눈대목(고수 김홍식)은 그만이 지닌 삶의 소리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세대나 문화가 달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자람을 주목하는 것은 그녀가 품은 ‘다채로운 소리’ 때문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이자람은 ‘판소리만들기 자’의 예술감독으로 창작판소리 <사천가>, <억척가>를 통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관객들과 통하고, <추물>, <살인>, <이방인의 노래>를 선보이며 동시대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왔다. 노래하고, 대사를 치고, 연기를 하는 그야말로 총체적 개인, 소리꾼 이자람과 세종문화회관 신년음악회를 앞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자람

이자람

이자람

제가 늘 관심을 갖고 힘을 기울이는 것은 ‘무대 위에서
기술의 선보임’이 아니라 관객과 만들어내는 ‘그 순간의 공감’입니다.
예술의 역할은 위로와 공감, 혹은 또 다른 예술을 위한
개인적인 자극들을 주는 것입니다.

2016년 신년음악회 공연으로 판소리 <심청가> 눈대목을 택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대목이고, 관객에게 가장 진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목이며 눈 감은 모든 것들이 눈 뜨길 바라는 신년의 바람을 담기에 좋은 대목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간 ‘판소리만들기 자’의 예술감독으로 다양한 창작판소리를 만들어왔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새로운 작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판소리만들기 자’의 이승희(소리), 이향하(고수·타악)의 2016 두산아트랩 작업을 위해 작가이자 예술감독으로 새 대본을 쓰고 있습니다. 9월, 선보이는 새 작품의 공개 워크숍을 위해 작가와 작창, 소리꾼을 맡을 예정입니다. 각각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과 손톤 와일더의 희곡으로 준비 중입니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이나 텍스트가 있습니까?

루이지 피란델로의 <나는 고 마티아 파스칼이오>를 읽고 있습니다. 대개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 속 인물들이 겪는 수많은 사건과 단상들이 제 상황과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의 숙제는 그것들을 늘 감당하고 ‘겪는 것’이지요. 책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것을 겪는 인물들이 갖는 태도는 제게 좋은 위로가 됩니다. 책 속의 다른 세계로 향하는 여행을 통해, 때때로 찾아오는 삶의 권태나 두려움, 안도감 속에 숨은 무기력 같은 것이 뜨거움이나 자극으로 이어지길 바라곤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을 꼽아주신다면?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입니다. 각각의 다른 이유들로 저로 하여금 무언가를 다시 열심히 해보고 싶게 만든 책들입니다. 지금도 이런 책이나 공연, 음악이나 영화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사진 : 이자람

한국뿐 아니라 해외 여러 곳에서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왔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인가요?

한국뿐 아니라 해외 여러 곳에서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왔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인가요?
해외뿐 아니라 한국 관객에게도 ‘판소리’ 장르 자체가 ‘거의 처음 보는 것’으로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어디에서든 ‘판소리가 이런 복합적인 장르라니’, ‘혼자 2시간 넘게 모든인물들을 소리로 다양하게 표현하다니’ 같은 놀라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오래전 미국 시카고에서 <사천가> 공연을 할 때 주인공 순덕이처럼 몸집이 커다란 여성이 벌떡 일어나 울면서 박수 쳤던 기억이 나네요. 수많은 기립과 환호와 박수 모두 정말 귀하고 감사하지만, 개인적인 공감과 감동이 직접 느껴지는 순간은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마음을 다시금 다잡는 계기를 주곤 합니다.프랑스 리옹에서 <사천가>를 처음 선보였을 때의 일입니다. 극장의 홍보를 담당하는 여성이 공연 후에 다가와 “이 세상 모든 여성이 가진 문제를 아직 아기도 낳지 않은 네가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놀랍다. 프랑스의 여성 인권이 상당히 높다지만, 우리 역시 이러한 문제들과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 네 이야기가 내게 정말 큰 위로와 힘이 된다”고 말해줬어요. 저는 이 순간이 늘 기억납니다. 어디서든,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문제와 관습과 싸워나가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예술의 역할은 위로와 공감, 혹은 또 다른 예술을 위한 개인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이 실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관습의 변화일지라도, 이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요. 리옹에서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그 중에 하나라도 해낸 것 같아서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늘 관심을 갖고 힘을 기울이는 것은 ‘무대 위에서 기술의 선보임’이 아니라 관객과 만들어내는 ‘그 순간의 공감’입니다.

하나의 공연을 올리는 건, 하나의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집을 지을 때마다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흥미로운 비유입니다! 그에 맞추어 답을 드리자면, 지금까지의 작업에서는 공통적으로 ‘기본이 되는 장르’를 염두에 뒀습니다. 만약 한옥을 짓는다고 하면 각 집의 위치와 필요 이유, 동네 특징에 가장 알맞게, 실용적으로, 올바르게 지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디로 갈지 모르겠습니다. 작업하면서 어느새 제가 만든 틀 안에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더군요. 자유로움은 어디까지이고 어느 선을 지킬 때 기쁨이 있는 것인지, 늘 어렵습니다. 다만 바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필요 없는 공간을 낭비하거나, 겉치레에 집중하느라 집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흉가를 짓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평소 하루 일과에서 빼놓지 않는 습관이나 의식이 있나요?

늘 식사를 잘 지어서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 끊이지 않고 하루 30분 이상을 전통 소리를 연습하는 것, 끊이지 않고 하루 5천 보 이상 걷는 것입니다. 이토록 소박한 것들은 ‘끊이지 않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또 시기에 따라 뒤죽박죽으로 그 양(연습, 운동, 식사)이 엄청 줄었다 늘었다 합니다.

판소리 공연에서 관객들은 소리꾼들로부터 추임새를 넣어달라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얼쑤”, “좋다” 등의 추임새가 예로 들어지는데, 판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추임새를 하고 싶어도 적절한 ‘타이밍’을 몰라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이번 신년음악회에서 추임새를 넣고 싶은 관객들에게 약간의 조언(?)을 해주신다면?

하하하. 일단 내뱉어야 타이밍을 본능적으로 찾게 됩니다. 옳게 추임새를 해야 한다는 마음만 없애면 내뱉을 수 있고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번 공연 때 내뱉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2016세종문화회관신년음악회-어제를비추어내일을열다

2016세종문화회관신년음악회-어제를비추어내일을열다

일정 : 1.7(목)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7:30pm

티켓 : VIP석 5만원,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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