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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에 대한 끈임없는 질문

서울시극단 <헨리 4세 - 왕자와 폴스타프>

셰익스피어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배우 이창직, 박정복 인터뷰

writer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 photo 이도영(STUDIO D)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사극 작품인 <헨리 4세 - 왕자와 폴스타프>.
2002년 국내 초연 이후 2016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다시 오르는 작품으로,
난봉꾼 폴스타프 역에 이창직, 야심을 숨기고 있는 헨리 왕자 역에 박정복이 각각 연기한다.
두 사람을 만나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국 역사를 바탕으로 셰익스피어 (1564~1616)가 쓴 10편의 사극 가운데 <헨리 4세>는 리처드 2세를 폐위시키고 랭카스터 가문을 왕조로 세운 헨리 볼링브루크에 대한 것이다. 이 작품이 사극 중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권력 싸움과 전쟁이라는 주플롯보다 헨리 4세의 장남인 헨리 왕자와 폴스타프 패거리가 저잣거리에서 벌이는 희극적 부플롯 덕분이다. 특히 폴스타프는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극중 인물들 가운데서도 햄릿과 함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꼽힌다.
헨리 왕자는 젊은 시절 난봉꾼들과 어울려 방탕하게 생활해 아버지인 헨리 4세를 괴롭게 만들었다. 뚱뚱하고 늙은 술고래 폴스타프는 헨리 왕자의 친구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헨리 왕자는 홋스퍼가 이끄는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왕세자의 권위를 회복하자 폴스타프를 외면한다. 한때 헨리 왕자의 무절제했던 행동들이 사실은 정치적 야심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헨리 왕자는 헨리 5세로 등극한 뒤 왕권을 강화하고 영국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로 만든 영웅이 됐다. 서울시극단이 올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올리는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 (3월 29일~4월 14일, 세종M씨어터)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헨리 왕자와 폴스타프에 주목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원작대로 공연하면 6시간 가까이 걸리지만 2시간여로 압축했다. 서울시극단 단원인 이창직이 폴스타프 역을 맡고, 지난해 연극 <레드>, <올드 위키드송>으로 주목받은 신인 박정복이 헨리 왕자 역으로 출연한다.

이창직

이창직

이창직

폴스타프는 광대 같은 사람이다.
권력에 대한 욕망을 풍자하고 자유로운 본능을 찬양한다.
폴스타프란 인물이 없었다면
이 작품이 이렇게 흥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창직은 그동안 여러 연출가와 적지 않은 수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공연해온 베테랑 배우이다. 특히 폴스타프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세 번 모두 김광보가 연출한 작품에서다. 김광보는 2002년 서울시극단의 객원 연출가로 처음 <헨리 4세 - 왕자와 폴스 타프>에 도전한 뒤 2010년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 시절 다시 공연하면서 서울시극단 소속인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었다. 그리고 올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으로서 이 작품을 또 다시 무대에 올린다.
이창직은 “폴스타프는 광대 같은 사람이다. 권력에 대한 욕망을 풍자하고 자유로운 본능을 찬양한다는 점에서 헨리 왕자와 명확하게 대비된다. 폴스타프란 인물이 없었다면 이 작품이 이렇게 흥미롭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2002년 처음 폴스타프를 맡았을 때 김광보 선생과 공부를 많이 했었다. 폴스타프의 행동과 표현을 극대화시키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 애니메이션도 여러 편 봤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작품은 호평을 받았고 김광보 선생도 상을 받았었다. 이번 세 번째 공연에서는 작품의 메시지가 앞의 두 번보다 훨씬 명료하게 구현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경훈

박정복

박정복

헨리 왕자는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야심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반란을 일으키는 홋스퍼가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과 반대된다

노련한 이창직과 달리 박정복은 프로 무대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에 처음 도전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인 그는 2006년 데뷔 이후 무명으로 지내다 2013년 뮤지컬 <고스트>의 강도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해 연극 <레드>와 <올드위키드송>의 주인공으로 잇따라 캐스팅되며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정복은 “헨리 왕자 역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학교 다닐때 수업 시간에 셰익스피어를 배운 적이 있지만 어렵게 느꼈었기 때문에 내가 이 역할을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게다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극이나 비극도 아니고 낯선 사극이란 것이 부담스러웠다. 솔직히 이번에 캐스팅된 이후 <헨리 4세>도 처음 읽었다”면서 “그래도 이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연출을 맡은 김광보 선생님이랑 같이 작업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작품을 연습하는 동안 많이 혼나겠지만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창직과 박정복

두 사람의 인터뷰는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의 연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 8일 이루어졌다. 서울시극단이 <템페스트>(1월 13~31일, 세종M씨어터) 준비에 한창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의 대본 리딩을 하며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박정복은 작품 속 캐릭터의 성격이나 대사에 숨은 의미 등에 대해 이창직에게 연신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창직은 “셰익스피어는 단순히 희곡만 읽을 때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무대에서 직접 공연하면 훨씬 재밌다. 그리고 누가 연출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많이 달라진다. 김광보 선생의 경우 군더더기 없이 작품의 핵심을 부각시키는 스타일이다. 앞서 두 번의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를 보면 폴스타프를 통해 권력 싸움과 전쟁에 대한 패러디, 헨리 왕자를 통해 욕망과 기다림에 대한 패러디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정복은 “<헨리 4세>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땐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도 오세혁 작가가 각색한 대본을 다시 읽자 뜻이 명쾌해졌다”면서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전이라 아직 헨리 왕자를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다. 다만 이창직 선생님과 대본을 읽으면서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사람들은 변하기 마련인데, 헨리 왕자 역시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고 피력했다. 이어 “헨리 4세가 죽은 것으로 오해한 헨리 왕자가 왕관을 직접 자신의 머리에 올렸다가 아버지의 오해를 사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이창직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헨리 왕자가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야심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았다. 반란을 일으키는 홋스퍼가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과 반대된다”고 덧붙였다.
2014년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과 올해 서거 400주년이 이어지면서 국내외 연극계의 화두는 셰익스피어다. 특히 국내에서는 과거에는 그다지 공연되지 않았던 레퍼토리들의 공연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창직은 “외모 때문에 젊은 시절부터 나이든 역을 많이 해왔다. 나이를 먹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은 리어 왕이다. 아마도 내 또래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박정복은 “셰익스피어 작품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또 도전하고 싶다. 다만 지금은 체홉 등 현대극 위주로 좀 더 기량을 다지고 싶다. 그리고 보컬 레슨을 꾸준히 받아서 극중 노래도 자신 있게 소화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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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

기간 : 3.29(화)~4.14(목)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월,수,목,금 7:30pm / 토 2:00pm, 6:30pm / 일 2:00pm
(화 공연 없음, 단, 3월29일(화) 7:30pm, 4월 13일(수) 3:00pm)

티켓 : VIP석 5만원,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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