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175

서울돈화문국악당과 세종체임버홀

서울돈화문국악당과 세종체임버홀

writer 이승엽(세종문화회관 사장)

세종문화회관은 서울돈화문국악당이라는 작은 공연장 개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년 9월에 정식 개관할 예정이니 5개월 정도 워밍업을 하는 셈입니다.

돈화문국악당 내부 공연장 모습

세종문화회관은 서울돈화문국악당이라는 작은 공연장 개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공사는 다 끝났고요, 테스트 중입니다. 금년 9월에 정식 개관할 예정이니 5개월 정도 워밍업을 하는 셈입니다. 새 공연장은 창덕궁 건너편에 있습니다. 원래는 주유소가 있었습니다. 그런 만큼 규모가 아담합니다. 객석수도 140석 정도로 적고, 단층 건물이라 위압적이지 않습니다. 공연장은 지하에 있습니다. 4월 셋째 주에 건물 준공을 앞두고 참관단을 모집하고 전문가들을 모셔서 테스트 공연을 해봤습니다. 이틀 동안 다양한 연주형태를 시험해봤습니다. 자연음으로도 해보고 확성장치를 이용해서도 점검했습니다. 격려의 말씀도 많았지만 비판적 지적도 많았습니다. 국악을 공연할 연주홀이기 때문에 음향과 관련된 말씀이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씀을 듣노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우리 주변에 꽤 의미 있는 새로운 공연공간 프로젝트가 제법 있습니다. 기존의 공연장과 많이 다릅니다. 세종문화회관만 해도 그렇습니다. 실내악 전문 공연장인 세종체임버홀이 금년에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세종체임버홀과 나란히 있는 M씨어터는 기존의 소극장을 대대적으로 고친 것입니다. 내년이 재개관한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 씨어터는 내년에 문을 열 예정입니다. 아직 유동적입니다만 세종문화회관 옆에 지어질 콘서트홀도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으로 보면 대극장만 온전히 개관 당시의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하나의 흐름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그것을 차별화, 전문화라고 봅니다.
공연장이라는 하드웨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초기에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우리나라에 공연장 건립 붐이 인 것은 1990년대입니다. 1970년대에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이 지어졌고 1981년에 대학로에 문예회관(지금의 아르코예술극장)이 문을 열었지만 붐을 일으켰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본격적으로 서울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공연장이 들어선 것은 그 이후입니다.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할 텐데요. 예를 들면 경제적 여건 같은 것입니다. 산업화와 경제적 성장이 토대가 되었고요, 1990년대 중반에 실시된 지방자치제도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시각과 기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 짧은 시간 동안 200여개의 공연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들 공연장들은 대부분 다목적 극장입니다. 물론 다목적 극장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국립극장이나 세종문화회관, 문예회관 등이 모두 다목적 극장으로 건립된 것입니다. 웬만한 무대공연은 모두 공연 가능한 공간입니다. 특히 공연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다목적 극장이 쓰임새도 많고 좋습니다.

세종체임버홀 내부 공연장 모습

어느 정도 인프라가 깔리고 무엇보다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 상황은 좀 바뀝니다. 이것저것 다 공연 가능하다는 것은 특정 공연형식에 딱 맞는 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음향조건입니다. 공연장은 큰 악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연장 자체가 악기라는 말씀입니다. 공연의 형식에 따라 필요한 악기가 다릅니다. 장르에 따라서는 음향조건이 절대적이기도 합니다. 음향반사판 등을 이용해서 적합한 음향 환경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극장의 규모와 무대모양 등도 공연 장르에 따라 많이 다릅니다. 이런 니즈를 반영한 것이 전문화된 극장입니다. 전문극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본전제가 필요한 것입니다. 공연 공급자나 소비자 양쪽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바탕 공연장 건립 바람이 불고 난 다음에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예술의전당이 1993년에 전관개관하면서 전문화된 공간의 모음이라고 하면서 그와 대조적인 예로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을 들곤 한 적이 있습니다. 다목적극장의 대표적 사례로 말입니다. (사실은 저도 제 책에 그렇게 썼습니다…) 그런 국립극장이 내년부터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전통예술로 특화한다고 합니다.
세종문화회관도 10년 전부터 전문공간화의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그 길의 시작이었던 세종체임버홀에서 개관 10주년 기념공연을 엽니다. “디케이드”라는 이름으로요. 실내악 전문공연장으로 굳게 자리 잡은 10년을 자축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의 10년을 상상하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세종문화회관의 변신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