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둘러앉아 나눠 먹는 밥의 힘

둘러앉아 나눠 먹는 밥의 힘

writer 남인우(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 photo 윤문성(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서울시극단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공연으로 <템페스트>를 만든다니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재치 있는 오세혁 작가라면, 섬세하면서 힘 있는 김한내 연출이라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셰익스피어의 따뜻한 유머와
<템페스트>의 스펙타클한 상상의 공간을 어떻게 그려낼까 매우 궁금해졌다.

템페스트의 한장면 두요리사와 국솥

`내 밥상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 됩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나의 궁금함은 기대 이상의 기쁨으로 가득 찼다. 2시간가량 되는 원작을 어린이의 생체 리듬에 맞게 각색한 영리하고 재치 있는 오세혁 작가와 김한내 연출의 앙상블이 큰 힘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요즘 대유행인 ‘셰프’의 밥상 철학을 내세워 극을 풀어낸 영리함이 돋보였다. 극장에 들어서면 무대는 고품격 레스토랑인듯 절제된 광경과 클래식 음악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그 미니멀한 엄격함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핸드폰도 끄게 되고 ‘셰익스피어’라는 고전에 기대감 혹은 두려움을 갖게 된다. 어느새 고전의 엄격한 분위기에 적응되었을 무렵 트린굴로(신해은 역)의 우스꽝스러운 등장으로 분위기가 역전이 된다. 그리곤 바로 “내 밥상에서는 한사람이라도 빠지면 안 됩니다”라는 스페파노(장석환 역)의 밥상철학이 울려펴지며 장대한 서사시로 흥겹게 관객을 끌고 간다. 엄격함이 흥겨움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초반 고전의 무게를 영리하게 사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어린이들에게도 고전의 무게감이 실린 셰익스피어가 이웃집 할아버지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흥겨운 삶의 이야기로 인식되지 않았을까?

식탁위의 바나나와 식탁에 앉은 남자, 남의 옆에 서있는 여자, 그리고 두 사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고 있는 야만인

볼거리 가득한 무대와 중견배우들의 균형 잡힌 연기력

어린이를 위한 공연에는 관객이 상상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 정말 중요하며 더불어 거대한 스펙터클을 극장의 메커니즘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이를 위한 밥상은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도 편식보다는 다양한 밥상이 중요하듯이 말이다. 서울시극단의 이번 작업은 후자에 속한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연극을 연상시키는 의상들과 난파된 거대한 배와 함께 LED 섬유 조명을 활용한 바람의 정령들과 천의 흘날림으로 태풍을 묘사한 장면은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역시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 것은 중견배우들의 중심 잡힌 연기다. 어린이들에게 연극 보기 즐거움의 백미인 배우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프로스페로를 연기한 한동규 배우는 진지함과 유머의 균형 잡힌 연기를 통해 관객들을 복수와 화해의 태풍 속으로 인도했다. 에어리얼을 연기한 최나라의 연기도 자칫 평면적으로 드러 날 수 있는 추상적인 캐릭터인 바람의 정령을 사랑스럽고 유쾌하면서도 정겨운 캐릭터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젊은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다만 간혹 보이는 어린이를 흉내내는 듯한 연기와 관객을 배려한 친절함이 지나쳐 설명적인 연기로 드러난 부분이 아쉬웠다. 혹시 어린이들은 쉽게 지루해한다거나 진지한 것을 어려워할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면 그 선입견을 버리길 바란다. 진지한 역할의 탐구를 배우들이 보여줄 때 충분히 어린이들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민간 단체에서는 보여주기 힘든, 함께한 시간을 통해 앙상블이 축척되고 숙련된 서울시극단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기 때문이다.

왕관을 쓴 왕과 검을 든 3명의 귀족
식탁위에 앉은 장미를 든 흰 드레스의 여인

온 가족이 동감하고 즐거운 무대 “정말 연극적이네요~”

이 공연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세대를 아우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관객 중에는 미취학 어린이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 그리고 대학생들과 어르신들, 외국인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 모두 서울시극단이 만들어낸 셰익스피어의 흥겨움과 감동에 함께 웃었다. 재기 발랄한 음악이 모두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어린이 관객들은 물론 성인 관객들에게도 연극이란 이러한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스토리의 비약적 전개를 “연극적이네요”라는 문장을 통해서 삶이란, 연극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재치 있는 유머를 만들어냄으로써 그야말로 어린이들에게 연극의 매력과 연극 자체를 알려주는, 그러나 교육적 태도로가 아닌 예술적 언어의 매력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다양한 음악들이 귀를 흥겹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작품과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느낌이 아쉬운 부분이다. 어린이·청소년들에겐 다양한 예술이 필요하다. 어린이·청소년들은 당연히 삶과 세상에 대한 철학적 은유를 이해한다. 앞으로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고전의 즐거움을, 그리고 필요성을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통해서 전달하는 일이 지속되기를 희망하며 복수가 가득한 세상에 화해의 허브향이 가득한 이태리 밥상을 차려놓은 서울시극단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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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템페스트>

기간 : 1.13(수)~1.31(일)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화~목 오전 11시 / 금 오후 7시30분 / 토 오후 2시, 5시 / 일 오후 2시

티켓 :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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