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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멜로디가 되어 무대에 오르다

가족뮤지컬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 작곡가 송시현

동심, 멜로디가 되어 무대에 오르다

가족뮤지컬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 작곡가 송시현

writer 이다해(파이낸셜뉴스 문화부 기자) / photo 이도영(STUDIO D)

어린이 뮤지컬은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정화시키는 신비로움이 있다고 말하는 작곡가 송시현.
그가 작곡 및 음악 총감독을 맡은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가 궁금해졌다.
과연 어떤 신비로움을 사람들에게 선사할지.

송시현

송시현

송시현

1980~1990년대 음유시인으로 불리던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대학 축제 선호도 1순위. 김광석이 오프닝 무대에 서고 그가 대미를 장식했다면 대충 감이 올테다. 이선희가 부른 ‘나 항상 그대를’의 작곡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당시 최고의 인기 가요로 꼽힌 ‘꿈결 같은 세상’을 부른 가수이기도 한 송시현이다.

2000년대 이후 그가 TV에서 사라졌다. 아이돌이 득세하는 가요계에서 자연스레 잊혀져갔던 것일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처음 보고 뮤지컬을 만들겠다던 어릴 적 꿈을, 묵묵히, 그러나 열정적으로 실현하는 중이었다. 2001년 어린이 뮤지컬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시작으로 그가 작곡하거나 연출한 뮤지컬 작품만 벌써 30편이 넘는다. 뮤지컬 작곡가로서 데뷔를 <알라딘의 요술램프>로 한 만큼 그는 어린이 뮤지컬을 꾸준히 작곡해왔다. 그 중에서도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의 넘버(삽입곡)를 만들 때 그는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오는 4월 22일부터 5월 22일까지 한 달간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을 앞두고 그를 만났다. 1965년생, 한국 나이 52세로 알고 갔는데 믿어지지 않는 동안 외모였다. “제가 좀 그렇죠? 어린이 뮤지컬을 만들어서 그런가, 동안이란 소리 많이 들어요. 하하하.” 유쾌한 웃음으로 그의 뮤지컬 인생,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 얘기가 시작됐다.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는 그림형제의 명작 동화 <백설공주>에 ‘일곱 난쟁이가 원래 7인의 기사였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가미해 재해석한 작품이다. 서울시뮤지컬단 김덕남 단장이 연출을, 다수의 어린이극 대본을 쓴 윤혜정이 극작을, 송시현이 작곡 및 음악 총감독을 맡았다.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는 2006년 초연 버전을 업그레이드해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9년 만에 선보였다. 독특한 설정과 동화책을 그대로 옮긴 듯한 예쁜 무대, 수준 높은 음악, 어린이 뮤지컬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라이브 연주까지 더해져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메르스 여파로 예정된 기간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려야 했다. 누구보다 아쉬웠을 작곡가다.

사진 : 송시현

일 년 만에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를 다시 무대에 올리는 소감은?

“뮤지컬 만드는 사람들이 제일 안타까울 때가 초연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예요. 낳은 자식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죠. 잃어버린 자식을 다시 찾았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요(웃음).”

김덕남 서울시뮤지컬단장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던데?

“제가 처음 작곡한 뮤지컬 <알라딘의 요술램프(2001)>의 연출이 김덕남 선생님이셨어요. 사실 첫 인연은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요. 중학교 2학년 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처음 보고 뮤지컬에 빠졌어요. 그때 공연에서 김덕남 선생님이 앙상블로 출연하셨어요. 그 꼬마가 작곡가가 됐고, 그 앙상블 배우가 연출이 돼 만난 거예요! 이후로 거의 한 팀처럼 여러 작품을 함께하고 있어요.”

송시현 음악 총감독은 영화와 드라마 음악으로 가수 활동도 지속해왔지만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뮤지컬 작곡에 무게를 실었다. 클래식을 전공했던 그는 대학에 다시 들어가 문화 콘텐츠 제작과 극장 경영, 뮤지컬 연출과 제작을 공부했다. 2009년부터는 썸뮤지컬컴퍼니와 썸뮤지컬오케스트라를 설립해 직접 뮤지컬을 제작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어린이 뮤지컬에 힘을 쏟았다. <장발장>, <피터팬>, <그리스 로마 신화> <방귀대장 뿡뿡이의 초록별 대모험>,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가 대표적이다.

어린이 뮤지컬을 꾸준히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머리와 마음을 정화시키는 매력이 있어요.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간달까. 어린이 뮤지컬에는 통쾌함이 있거든요.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가 딱 그래요.”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 속에서 예를 들어본다면?

“왕자가 마법에 걸려 얼어붙어버리는 장면이 있어요. 스토리 진행상 무조건 살아나야 하죠. 왕자를 살려내려면 어른들에게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그걸 너무 쉽고 경쾌하게 받아들여요. 호응을 많이 받았던 배우 중 한 명이 객석 앞으로 걸어나가서, ‘어린이 여러분! 왕자님을 살려야겠죠? 여러분의 함성과 박수가 필요해요!’ 외칩니다. 그리고 왕자가 살아나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우리가 힘을 모아서 왕자를 살렸다는 거예요. 어른의 생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저도 반신반의했었는데 공연 현장에서 매번 확인하는 신비로움이에요.”

어린이 뮤지컬을 작곡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성인 뮤지컬을 만드는 노력의 강도를 똑같이 쓴다는 것. 그거밖에 없어요. 쉽게 말해 애들 보는 거라고 무시하면 안된다는 거죠. 녹음된 반주 음악을 사용하더라도 일반 가수 앨범 녹음에 들어가는 만큼의 풍성한 악기 구성을 넣어요.”

사진 : 송시현

이번 공연에서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가?

“어린이 뮤지컬에서는 라이브 음악이 드문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뮤지컬 음악은 기본적으로 라이브로 연주하는 게 맞아요. 배우가 실시간으로 감정 연기를 하려면 음악도 살아 있어야 하죠. 음악과 연기가 같이 가는 게 뮤지컬이니까요.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의 경우는 세종M씨어터 여건상 풀 오케스트라가 들어가기는 공간이 좁아서 밴드를 구성했어요. 건반 세 명과 베이스, 드럼까지 총 6인조예요. 건반 세 명이 피아노, 관현악기, 각종 효과음을 나눠 맡아요.”

신이 난 목소리로 눈을 반짝거리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꼭 아이 같았다. 송시현 음악감독은 특히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를 작곡하면서 “어린이들에게 재미를 주려다가 되려 내가 즐거웠던 작품”이라고 했다.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가 왜 좋은가?

“우선 이야기가 진부하지 않죠. 명작 동화를 어린이 뮤지컬로 많이 만들지만, 이 작품이 특별한 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를 덧붙여서 스토리가 더 탄탄해졌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에 영화로 치면 미장센을 채워 넣은 거죠. 곡을 쓰는 재미가 있었어요.”

각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넘버들이 인상적이다.

“모든 캐릭터가 살아 있고 설정도 기발하니까 곡 쓸 맛이 나더라고요. 특히 마녀 젤리의 넘버를 어린이 뮤지컬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 블루스 장르로 택한 건 도전이었어요. 부르기가 상당히 어렵거든요. 또 악역이 너무 밉게만 보이지 않으면서 음악을 통해 호기심이 갈 수 있게끔 만들려고 신경 썼죠.”

아이들이 이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으면 하나?

“용서와 화해가 어려운 시대잖아요. 우리 아이들만큼은 그런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해요. 예를 들면 극 중 모두가 마녀 젤리를 죽여야 한다고 할 때 백설공주만 막아서요. 그때 객석의 아이들이 ‘아, 왜~’ 하는 게 아니라 ‘아, 백설공주는 정말 착하구나’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가수로서는 어떤 활동 계획을 가지고 있나?

“‘월간 꿈결 같은 세상’이라는 프로젝트로 매달 디지털 싱글을 발표할 예정이에요. 이미 두 곡 나왔어요. 1월에는 ‘조용한 외딴섬에 엄마 새와 어린 새가 정답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을 냈고요. 지난달에는 이선희 씨가 부른 ‘나 항상 그대를’을 모던록 스타일로 리메이크했죠. 이달부터는 콘서트를 통해서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에요.”

새로운 뮤지컬 작품은?

“기존 작품을 업그레이드한 것을 포함해서 현재 7작품을 준비 중이에요. 가족뮤지컬 <빼꼼>은 중국 5개 도시 투어 공연도 예정돼 있어요. 어린이 뮤지컬은 아마 평생 만들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맑고, 밝고, 즐거워져요.”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

기간 : 4.22(금) ~ 5.22(일)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화~목 11am / 금 7:30pm / 토, 일, 공휴일 1pm, 4pm

티켓 :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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