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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싶었던, 그리고 다시 보고 싶을 창작 오페라

서울시오페라단 <달이 물로 걸어오듯>,<열여섯 번의 안녕>

다시 보고 싶었던, 그리고 다시 보고 싶을 창작 오페라

서울시오페라단 <달이 물로 걸어오듯>,<열여섯 번의 안녕>

writer 송현민(음악평론가)

창작오페라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서울시오페라단(예술감독 이건용)은
작곡가와 작가 들로 구성된 ‘세종카메라타’를 통해 매년 창작 오페라를 내놓고 있다.
‘다시’ 선보이는 <달이 물로 걸어오듯>과 ‘새롭게’ 선보이는 <열여섯 번의 안녕> ‘재연’과 ‘초연’을 위해 달려온
작곡가 최우정과 최명훈, 극작가 고연옥과 박춘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우정

최우정

최우정

달이 물로 걸어오듯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을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언어들이 생생히 느끼게 해줍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 의 대본은 제가 읽어본 그 어떤 책보다도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인물들의 관계, 대화, 행동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하게 해주고 개인적으로는 그것을 통해 치유의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우정이 작곡하고, 고연옥이 대본을 썼다.
최우정은 베르디의 작품들처럼 아리아와 노래를 반드시 챙겨 넣던 창작오페라와는 다른 옷을 입혔다. 작품 속 대사와 음악이 ‘노래’보다는 ‘낭송’을 연상케 하는 길로 흐 르기 때문이다. “오페라를 작곡할 때 가사에 음악을 붙이는 것보다는 작품 성격을 고려한 후, 반드시 붙여야 할 부분 에만 붙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페라는 음악보다는 연극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대사의 정확한 전달이 필수적인 작품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가사 전달이 잘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거주할 자리를 섣불리 생각하지 않는 최우정은 언어와 잘 조우 하기로 이름난 작곡가다. 그러기 위해 혹독한 ‘읽기’의 과정을 거쳐 곡 ‘쓰기’에 들어간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을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언어들이 생생히 느끼게 해줍니다. 실제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 순간을 정지시켜 자세히 들여 다보면 정확한 묘사나 설명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저는 이것이 고연옥 작가의 대본이 지닌 현실감과 흡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 의 대본은 제가 읽어본 그 어떤 책보다도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인물들의 관계, 대화, 행동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하게 해주고 개인적으로는 그것을 통해 치유의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2014년 초연에 이은 재연이다. 초연 때 함께했던 원년 멤버 사이토 리에코(연출)와 윤호근(지휘) 그리고 성악가들이 이번에도 변함없이 함께한다. 초연 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좋은 스코어를 받았지만 최우정은 만족하지 않는다. 이번 공연 에서는 악기 편성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이 작품에서 음향은 민감한 존재입니다. 세밀한 차원에서 주는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죠. <달이 물로 걸어오듯> 은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작품이 아닙니다.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심리적 상태의 미묘한 변화가 음악을 통해서 포착 되어야 하는 작품이죠. 그래서 음향의 세밀한 컨트롤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현악기의 수가 3~4배 정도 보강되어야 하고, 세밀한 사운드 조절이 이루어져야 하죠.” 달이 물로 걸어오듯, 최우정의 음악으로 고연옥의 언어가 걸어왔다. 고연옥은 최우정에게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집요한 탐색을 통해 흔치 않은, 한편 으로는 알고 보면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기도 한 감수성을 이끌어내는’ 작가이자, ‘음악극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끝까지 붙잡아야 할’ 작가이다.

고연옥

고연옥

고연옥

달이 물로 걸어오듯

출구가 닫힌 삶을 담은 작품. 그 안에 ‘감금’되었던 관객과 전문가들은 공연 후 호평으로 이 작품의 탄생을 축하했다. 한 마디로 수작이었다. 고연옥에게도 ‘성악가들이 최대치 의 기량’을 보여준 공연이자, ‘과정이나 결과 모두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공연’으로 기억에 남았다.

고연옥이 쓰고, 최우정이 작곡했다.
“연극은 이 시대의 이야기와 인간의 삶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극(劇) 은 지금까지 보아온 빤한 이야기가 아니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내면, 두려움, 회의, 혼돈 등이 내포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술집에서 일하는 20대의 경자는 자신을 학대한 계모와 그 딸에게 복수를 계획한다. 경자는 50대 초반의 화물차 운전사 수남에게 접근해 결혼하고 계모와 이복 여동생을 살해한다. 그리고 배속의 아이를 내세워 수남이 그 죄를 뒤집어쓰도록 하여 감옥에 가도록 교묘히 조종한다.
고연옥도 스스로 말했듯, 이 작품은 ‘막장드라마’다. 막장. 그것은 출구가 없는 곳이다. “경자의 비극에는 출구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증오가 되었고, 한 남자의 사랑으로부터 구원받기를 원했지만, 가장 비참한 순간에 버림받고 말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구원이란 다른 차원으 로의 이동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했던 한순간을 복원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출구가 닫힌 삶을 담은 작품. 그 안에 ‘감금’되었던 관객과 전문가들은 공연 후 호평으로 이 작품의 탄생을 축하했다. 한 마디로 수작이었다. 고연옥에게도 ‘성악가들이 최대치 의 기량’을 보여준 공연이자, ‘과정이나 결과 모두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공연’으로 기억에 남았다.
“수남과 경자역은 결코 쉽지 않은 노래와 연기를 일치 시키기 위해서 엄청난 몰입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무대를 밟고 관객을 만나면서 무르익어가기 마련인데, 초연 당시 공연 기간이 짧아서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초연의 성악가들이 거의 그대로 참여하게 되었으므로 더욱 완성도 있는 공연 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고연옥에게 오페라 와 연극에 대한 생각에 변화를 준 작품이다. 언어를 다루는 극작가이지만, ‘의미가 말만으로는 제대로 표현이 안 되는 경우’나 ‘말로는 상투적 이고 진부하게 표현 될 때’가 있었다고. 하지만 ‘음악이라는 고양된 언어’로 표현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던 것이다. 고연옥은 “여전히 오페라를 통해 음악이라는 ‘고양된 언어’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여긴다”며, “‘구원’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오페라가 요구하는 가장 극적이며 장엄한 서사에 잘 어울린다”고 한다. 이번 재연을 계기로 기존에 대사였던 부분들이 노래로 바뀌기도 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 고연옥의 언어로 걸어온 최우정의 음악이 걸어왔다. “최우정 작곡가와는 오페라와 극음악의 현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공통의 고민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곡가입니다.” 두 사람은 또 다른 작품을 준비중이다. 그들의 무르익음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최명훈

최명훈

최명훈

열여섯 번의 안녕

작곡을 하면서 그 인물이 되어보고, 그 상황에 처한 나의 모습도 상상해 보고,그 아픔과 그리움을 느끼고는 했죠.
그 아픔과 슬픔이 비단 작품만의 느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아픔과 슬픔이라는 걸 느끼기도 했습니다.이 작품이 그런 슬픔의 또 다른 치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최명훈이 작곡하고, 박춘근이 대본을 썼다.
2015년 서울시오페라단 ‘세종카메라타’에 합류한 최명훈은 관현악 ·협주곡·실내악 등 기악곡 작곡은 많이 했지만, 오페라 작곡은 독일 브레멘 예술대 유학 시절에 브레멘 주립 오페라단과 2006년에 선보인 <살다 보면(Unterwegs)> 이후 처음이다.
박춘근의 대본을 처음 접하고 어떤 악상 기호가 떠올랐느 냐는 질문에 “라멘토소(Lamentoso)”라고 답한다. ‘슬픈’, ‘한탄하는’이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홀로 남겨진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오페라 대본으로 만났을 때, 모노드라마여서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명의 가수가 여러명의 배역을 맡아 노래하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나 슈만의 ‘시인의 사랑’과 같은 가곡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작곡을 하면서 그 인물이 되어보고,그 상황에 처한 나의 모습도 상상해 보고,그 아픔과 그리움을 느끼고는 했죠.그 아픔과 슬픔이 비단 작품만의 느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의 아픔과 슬픔이라는 걸 느끼기도 했습니다.이 작품이 그런 슬픔의 또 다른 치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 고요.” 2015년 4월에 선보인 <열여섯 번의 안녕> 리딩 공연은 ‘1인 오페라’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초연작에는아내 역이 추가되었다.
“전의 작품은 남편만의 이야기였 습니다. 부인의 영혼이 출연하는 이번 작품에는 그녀의 이야기도 통일감 있게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 초연은 정선영이 연출을, 홍주헌이 지휘를 맡는다.
<열여섯 번의 안녕>은 남편과 아내 사이로 오가는 대화는 물론 그사이에 밀도감 있게 존재하는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지문에서 가장 주목한 단어는 ‘바람’입니다. 아내의 영혼은 보이지 않는 존재이죠. 그런 이미지를 소리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바람에 대한 표현은 작품 속에서 유도 동기(되풀이되는 음악의 주제)와 같은 기능을 합니다. 윈드차임(타악기의 일종), 현·관악기들의 트레몰로와 트릴 같은 기법들로 ‘바람’에 대한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 했습니다.” 전체적인 음악적 특징에 대해 묻자 “현대음악 같은 무조음악은 아닙니다. 편안한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 간의 대비가 느껴지는 편안한 오페라”라고 답한다.
작품은 쓸쓸함을 담고 있다. 하지만 최명훈에게 이 작품의 창작 과정은 외롭지 않았다. 그런 그와 함께한 박춘근 작가는 ‘맑은 사람’이다. “무척 부드럽고, 순박하고 때론 장난꾸러기 같습니다. 결국 좋은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선 사람을 이해하고, 같이 호흡해야 멋진 작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세종카메라타’는 그런 사람 냄새와 정이 있는 멋진 오페라 공부 모임입니다.”

박춘근

박춘근

박춘근

열여섯 번의 안녕

이 작품은 부부 사이를 떠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 말하고 들어주다가 내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은 들리지 않기도 하고, 또다시 불쑥 이해하기도 했다가 오해하기도 하는 ‘소통’과 ‘불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명훈 작곡가는 말과 말 사이에 음악을 넣기보다는, 음악과 음악 사이에 제가 쓴 말들을 넣어주기를 기대했죠.

박춘근이 대본을 쓰고, 최명훈이 작곡했다.
열여섯 번의 안녕>은 아내의 무덤을 찾은 남편의 이야 기다. 그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아내에게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며 함께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새로 만나게 된 여자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던 그는 진혼(鎭魂)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만나고, 결국 죽음이란 삶의 끝이 아니라 커다랗게 순환하는 삶의 한 부분임을 깨닫는다. 박춘근은 자신의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쓰는’ 심정으로 <열여섯 번의 안녕> 의 대본을 썼다고 한다. “이 작품은 부부 사이를 떠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 말하고 들어주다가 내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은 들리지 않기도 하고, 또다시 불쑥 이해하기도 했다가 오해하기도 하는 ‘소통’과 ‘불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명훈 작곡가는 말과 말 사이에 음악을 넣기보다는, 음악과 음악 사이에 제가 쓴 말들을 넣어주기를 기대했죠.”
서울시오페라단 ‘세종카메라타’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곡가 신동일과 2014년에 <로미오 대 줄리엣>을, 2015년에 <검으나 흰 땅>을 함께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하여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대사의 물리적인 양은 대폭 줄여가면서, 음악적인 언어로 채워져야 할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연극의 말들은 음가 (音價)가 오페라보다 다소 얕을 뿐이지 기본적으로 음악 적인 요소 들이 있습니다.
그런 요소들은 넓히고 동시에 말들은 줄여가는 일종의 ‘넓히면서 동시에 줄여야 하는 줄타기’라고 해야 할까요?”
이번에 초연하는 <열여섯 번의 안녕>은 2015년 4월에 가졌던 리딩 공연을 통해 ‘확장’보다는 ‘큰 수정’을 거쳤다. 리딩 공연 당시 ‘1인 오페라’였는데 이번 초연을 앞두고 아내 역이 추가된 것이다. “1인 오페라지만, 그 안에 드라마가 있고 극으로서 기승전결을 갖췄습니다. 그런데 리딩 공연을 보면서 음악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데, 극(劇) 으로서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공연을 준비 하면서 모노오페라로 할 것인가, 2인 오페라로 할 것인가, 대본을 쓰지 못하고 두어 달 갈팡질팡 고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극 중에 죽은 아내가 남편에게 할 말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녀의 말을 들으 려고 귀를 기울였죠.” 박춘근은 ‘2인극에 내재된 멈춰진 시간과 흘러가는 시간, 이해와 오해, 꿈과 현실, 가장 원초적으로는 삶과 죽음’을 봐달라고 한다.
박춘근에게 최명훈은 “기다려주며, 작가의 고민도 잘 이해 해준 작곡가이다. 제가 ‘업을 쌓았다’고 고백하니 최명훈 작곡가가 ‘(그럼) 저는 수행을’이라고 대답하더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그들이 함께한 작품이 세상에 나올 시간이다.

세종카메라타 오페라시리즈 II `달이 물로 걸어오듯`

세종카메라타 오페라시리즈 II
`달이 물로 걸어오듯`

기간 : 2.19(금) ~ 2.21(일)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평일 19:30 / 일요일 15:00

티켓 : R석 5만원, S석 4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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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카메라타 오페라시리즈 II `열여섯 번의 안녕`

세종카메라타 오페라시리즈 II
`열여섯 번의 안녕`

기간 : 2.26(금) ~ 2.27(토)

장소 : 세종체임버홀

시간 : 평일 19:30 / 토요일 15:00

티켓 :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민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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